[단독] ‘청부폭력’ 피죤, 이번엔 노조탄압 구설수

조나리 기자l승인2016.04.05l수정2017.11.09 23:2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지난달 14일 피죤 노조 관계자들이 서울중앙지검앞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희대의 ‘청부폭력’ 사건으로 기업 명성을 하루아침에 갉아먹은 피죤이 이번에는 노조탄압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피죤의 노조 탄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검찰이 관련사건 기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피죤 노조(전국화학섬유산업 노동조합 피죤지회) 측은 “사건을 배당받은 공공형사수사부 소속 검사실로부터 과거 민사소송 등 관련사건 자료를 송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은 지난해 6월과 7월, 8월, 11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피죤의 노조 활동 방해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고용노동부가 송치한 피죤의 부당노동행위는 총 13건이다. 주요 사례로는 △노조 탈퇴 회유 및 협박 △연장·야근·휴일 수당 및 영업 수당 미지급 △비노조원에게 노조활동 촬영 지시 △노조의 탄압 관련 기자회견에 대한 징계 및 형사고발 △사내게시판에 노조의 집회 사진 게재 후 비조합원에게 노조 혐오 발언을 한 행위 등이다. 검찰의 정식 기소 여부와는 관계없이 사건이 공론화 될 경우, 피죤은 다시 한 번 이미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피죤, 노조원 무더기 대기발령…5명 생존

피죤 노조는 2013년 11월 5일 결성됐다.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한 직원은 총 33명. 피죤의 노조 탄압이 본격화된 같은 해 12월까지 노조 가입 인원은 45명으로 늘어났다. 조합원이 늘어나자 사측이 와해 및 탄압에 나섰다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 결성 한 달여가 지난 후 피죤은 경영난을 이유로 지방지점 6곳(대전, 전주, 광주, 부산, 대구, 강원)을 폐쇄하고 해당 지역을 담당했던 노조원 22명을 지난해 7월까지 20개월간 서울 역삼동 본사로 대기발령시켰다.

대기발령 조치를 피한 노조원들은 2014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사측과 협상을 통해 3개월~1년치 위로금(월급여 합산 기준)을 받고 퇴사했고, 3~4명은 노조를 탈퇴한 후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조 결성 후 약 2년 6개월 만에 조합원은 45명에서 5명으로 쪼그라들며 사실상 와해된 상황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20개월 대기발령을 견뎌냈지만 복직 후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고 한다. 사측이 이들의 거주지를 고려하지 않고, 연고지가 전혀 없는 원거리 발령을 냈기 때문이다.

노조, 원거리 발령으로 모텔 등 전전

5명의 노조원들은 원거리 근무지에서 그야말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원거리 발령에 따른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자비로 하숙집을 얻거나 출장비를 받아 모텔 생활을 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죤이 원거리 발령자에 대한 지원(숙식 등)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규에 포함됐던 지원 규칙이 노조원 복직 명령이 내려지기 15일 전에 삭제됐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한동주 노조 부지회장의 주거지는 전라남도 광주다. 그러나 지난해 복직이 결정되면서 부산으로 발령이 났다. 그는 부산 발령 초기 광주에서 부산까지 출퇴근을 했지만 피로가 가중되자 부산에 하숙집을 얻었다. 그는 한 달에 하숙비 30만원과 가스비·전기세 10만원 등을 자비로 내고 있는 형편이다.

김종기(42·남) 노조 쟁의부장은 전라남도 나주(거주지)에서 서울로, 박성진 노조 회계감사 역시 대전(거주지)에서 서울로 발령이 났다. 두 사람은 월~목요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전국화학섬유 노조 사무실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있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월 이들 3명에 대한 발령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 시정을 권고했지만 피죤은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발령지와 영업지역이 달랐다. 부산으로 발령된 한 부지회장의 영업지역은 부산은 물론 이전에 맡았던 광주도 포함돼 있다. 김 지회장의 영업지역은 강원도, 송주현 사무장은 호남, 김종기 쟁의부장은 원주·대전·경기, 박성진 회계감사는 대전·천안·홍성이지만 발령지는 모두 서울이다.

때문에 전국화학섬유 노조 사무실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김종기 쟁의부장과 박성진 회계감사는 매일 서울 본사로 출근한 뒤 각자 영업지역으로 내려가서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고된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거주하고 있는 송주현 사무장은 월요일 서울 본사로 출근 후 바로 2박3일 출장을 간다. 수요일에는 출장지에서 안성 자택으로 이동해 잠을 자고 다음날인 목요일 아침 서울로 출근, 그날 다시 1박2일 출장을 간다.

▲ 사진=비즈넷타임스

무늬만 배려에 뿔난 피죤 노조

피죤 측은 이에 대해 “중노위 권고에 따라 전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 영업지역 변경에 대한 의사를 확인했다”면서 “중노위에 이의를 제기했던 노조 역시 명확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노조에게 본사 출근 대신 지방 현지 출근을 권유했지만 이들은 아직까지도 매일 본사 출근을 강행해 사측의 전환 배치 권유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면서 “모든 영업직원들은 거주지와 상관없이 국내 전역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측 또 “앞서 이 사안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승소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패소해 현재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피죤측의 주장에 대해 노조에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전환 배치 권유가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노조 측 역시 사측으로부터 전환 배치를 골자로 한 권유(이메일 서신)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무시한 일방통행 식 통보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노조원 중 한 명인 김종기 쟁의부장은 “사측의 제안을 받고, 중노위가 판정서에서 언급한 생활상, 금전상, 업무상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설명한 뒤 “사측은 이에 대해 같은 달 25일 회신 메일을 통해 ‘영업 전환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당사는 추가적인 전환 배치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사만 전달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를 겨냥 한 원거리 발령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피죤 측은 “모든 영업직원이 원거리 발령 적용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비노조원의 원거리 발령은 사실상 무늬만 그렇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피죤 영업직 33명 중 노조원 5명을 제외하고 비노조원 3명이 원거리 업무를 하고 있다. 1명은 대전에서 서울로, 2명은 대구에서 부산으로 출근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들은 일종의 탄력근무제를 적용받고 있다. 더욱이 대구에서 부산은 아무리 걸려도 1시간 30분이다. 이 정도 시간은 직장인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주장은 중노위 조사에서도 사실로 확인됐다. 중노위는 지난 1월 비노조원의 원거리 근무와 관련 “대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원은 매주 1회 정도 서울로 출근하고, 부산으로 출근하는 직원 2명은 주 2~3회 가량 출근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판시했다.

청부폭력부터 가족 간 소송까지···추락하는 피죤

피죤은 1979년 창사 이후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을 제치고 섬유유연제시장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2011년 이 회장의 청부폭행사건 이후 급격히 쇠락했다. 같은 해 이 회장을 대신해 딸 이주연씨가 대표로 취임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하락세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피죤은 2011년 매출 1천34억원을 정점으로 2012년 916억원, 2013년 771억원, 2014년 700억원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0억원 증가한 8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창립 30주년 기념식 당시 2015년 매출 1조원 달성 및 비전실행 전략을 선포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더욱이 지난 2월 이 회장의 아들 정준(49)씨가 누나인 이주연 대표를 고소·고발하는 등 가족간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어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김 지회장은 “피죤 직원들은 근로조건 개선과 고용안전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지만 사측은 노조에 대해 노골적인 말살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잦은 직원 물갈이, 부당전보, 노조 탄압 등 일련의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회사가 바로 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조계 등은 피죤의 원거리 발령 등에 대해 부당징계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류하경(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출장비를 준다고 하더라도 합리적 이유가 없는 원거리 발령은 인사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며 해당 발령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노동법상으로 해당 인사권이 실질적으로 징계와 같은 결과를 낳는다면 부당징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에 거주하는 사람을 강원도, 부산 등으로 발령하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을 호남으로 발령한다거나, 매일 서울로 출근해서 다시 지방으로 일을 하러 가는 조치 역시 인사권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저작권자 © 비즈넷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나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9, 1107호(주)피앤플러스  |  전화 : (02)3472-1507  |  팩스 : (02)3472-1509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3482  |  발행인 편집인 : 백승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승주
비즈넷타임스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7 비즈넷타임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