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기업 상업광고 성평등 인식, 어디까지 왔나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대중매체 남녀차별 모니터링’ 결과 발표 조나리 기자l승인2016.11.11l수정2016.11.18 15:0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여성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더 이상 고정적 성역할에 기인한 광고나 여성비하적 광고를 용인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기업들도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법한 운동을 즐기는 여성의 모습,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여성, 아내가 아닌 남편이 가사일을 하는 모습을 담는 등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어필하는 광고들이 조금이나마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러 기업의 광고영상들이 성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언제나 집안 살림은 여성 모델이 등장해 거드는 모습은 물론 데이트 비용을 전액 남성이 낸다거나 명품 가방을 사달라며 조르는 여성들을 보여주는 등 대놓고 ‘여성혐오 마케팅’을 펼치는 사례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지난 9월 애경이 주방세제 ‘트리오’ 출시 50주년을 기념에 만든 광고 영상이 성차별 논란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광고 속 여성은 결혼 직후 임신을 하고, 그 아이가 자라 또 다른 아기를 낳을 때까지 설거지만 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광고 내용만 보면 50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엄마만 주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광고 영상 역시 할머니가 김장을 하는 모습 이후 어머니가, 또 옆에서 딸이 이를 배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광고에 한 번 등장하는 남성은 여성이 만든 김치를 받아먹고만 있었다. 이에 여성 소비자들은 해당 영상이 고생스러운 김장은 여성만 해야 하고 남성은 결과물만 누리는 것처럼 표현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 삼성전자의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광고 영상 캡처

비씨카드가 선보인 대만 음료업체 ‘공차’를 광고에서도 만화 속 여성이 “공차 가기 전에 비씨페이(BC Pay) 등록해야 겠네”라고 말하자 남성이 “어차피 계산은 내가 하는데...”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비씨카드는 여성비하 논란이 일자 결국 광고를 내렸다. 여성의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광고 영상도 여전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페이스북에 i30 해치백 광고를 게시했다. “공중도덕 해치지, 미풍양속 해치지, 가슴 풀어 헤치지” 등의 가사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여성은 치마가 들춰지고 물어 젖어 속옷이 보이고 옷이 벗겨지며 가슴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광고 속 남성은 이런 여성의 모습을 음흉하게 바라본다. 더욱이 현대자동차 측은 여성의 속옷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기도 해 ‘성희롱 수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 현대자동차 i30 TV 광고 영상 캡처.

“상업광고, 성평등 인식 가장 뒤쳐져”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회장 이영미/ 이하 협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가족부 공모사업인 ‘대중매체 남녀차별 모니터링 및 개선활동’ 사업의 일환인 미디어 양성평등 우수사례 시상식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1부 시상식에서는 대중매체(정부간행물 포함)의 남녀차별 및 양성평등 사례 등에 대해 지난 1월부터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국방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의 간행물 역시 10개 분야를 시상했다.

한 해 동안 대중매체 영상물 또는 간행물 등을 모니터링 한 결과 광고와 정부간행물 총 5천749건 중 위반사례는 1천121건, 우수사례는 213건으로 나타났다. 위반사례의 매체별 분포는 상업광고가 24.01%(736/3천6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부간행물 14.38%(361/2천510건), 공익광고 13.87%(24/173건)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우수사례는 공익광고가 5.78%(10/173건), 정부간행물 4.22%(106/2천510건), 상업광고 2.71%(83/3천66건) 순으로 나타나, 기업의 광고물이 가장 양성평등 인식이 뒤쳐져 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기업광고 부문에서 양성평등 우수사례 수상자로는 <아이다스: 새로운 나를 만들다. 캔디스 파커 편>이 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양성평등 균형상 <롯데 옴니쇼핑: 스마트픽 남편 편>, △양성평등 주체적 여성상 <리복: 독한여성 편>, <SBS, P&G: 챔피언 태권도 편>, <나이키: 파워, 한계는 없다>, <삼성: 갤럭시노트7, 자유롭게 남다르게 출장 편>, <KT: 비즈메카EZ, 성공하는 회사의 업무솔루션 편>, △양성평등 평등권리상 <삼성: 패밀리 허브, 익숙한 듯 완전히 새로운 삶 편>, △양성평등 진취성상 <노스페이스: 모든 순간이 탐험이다 편>, <위스퍼: 운동 편> 등이다.

▲ 아이다스 광고 영상 캡처. 세계적인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담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양성평등 우수사례의 요소별로는 균형적 성역할이 가장 많았다. 이어 주체적 여성상, 양육·가사분담, 평등적 권리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양성평등 위반사례의 요소별로는 고정적 성역할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성 상품화, 성비율 편중, 선정성, 성 부정적 이미지, 성비하, 성차별적 언어, 외모지상주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성역할의 균형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여성의 사회참여와 가사·양육 분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여전히 가부장적 전통문화의 영향으로 양성의 동등한 권리 보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시상식 및 토론회에 참여했던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품의 특성을 여성의 몸을 통해 시각화하고 그 상품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여성의 몸을 욕망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로 많은 광고에서 여성의 다리와 가슴, 둔부와 같이 성적 암시가 강한 부분을 상품과 동일화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더욱 강한 욕망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TV광고·정부간행물, 대중에 미치는 영향 상당해”

정부간행물과 TV 공익광고, TV 상업광고 등 3개의 매체의 ‘양성평등 위반사례’의 사회적 분포는 TV 상업광고가 24.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정부간행물 14.4%, TV 공익광고 13.9%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양성평등 우수사례’의 사회적 분포는 TV 공익광고(5.8%), 정부간행물(4.2%), TV 상업광고(2.7%) 순으로 조사됐다.

협회는 “TV광고와 정부간행물은 공공성과 접근성이 뛰어난 매체기 때문에 지나친 상업주의적 광고는 양성평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은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협회 측은 방송광고 심의의 규정 제13조에 대해 다음의 내용을 신설해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해당 규정 13조(차별금지)는 방송광고는 국가, 인종, 성, 연령, 직업, 종교, 신념, 장애. 계층,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협회는 이에 더해 양성을 균형 있고 평등하게 묘사할 것과 성차별적 표현을 금지하고, 특정 성(性)을 부정적·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왜곡하지 말 것과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이영미 협회 회장은 “대중매체와 광고가 국민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업 수행결과 나타났다”면서 “방송광고 심의의 규정에도 양성평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 사업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에서 개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저작권자 © 비즈넷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나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9, 1107호(주)피앤플러스  |  전화 : (02)3472-1507  |  팩스 : (02)3472-1509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3482  |  발행인 편집인 : 백승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승주
비즈넷타임스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7 비즈넷타임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