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비스센터 스팸 논란에 형사처벌만 강조하는 원청

LG·삼성 서비스센터, 고객만족조사·실적 압박 개선 요구에는 묵묵부답 조나리 기자l승인2017.03.03l수정2017.03.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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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고객만족도 평가를 피하기 위해 고객 휴대폰의 스팸기능을 조작한 논란과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수리기사들에게 ‘교육 목적’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의 내용은 문제 행위와 관련한 민형사상 책임 소재 등이다. 이에 수리기사들의 실적압박에 대한 개선은 미룬 채 개인의 일탈로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해 고객들 “문제의 본질은 실적 압박”

논란은 LG전자에서 시작됐다. 한 고객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LG전자 서비스센터 방문 후 특정 번호가 스팸문자로 등록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 이후 유사한 피해 사례가 이어졌고, 삼성전자서비스를 방문했던 고객들 역시 같은 피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사례에 따르면 고객들의 전화, 문자 스팸 목록에는 서비스센터 전화번호나 서비스센터를 지칭하는 단어가 포함된 정보들이 등록돼 있었다.

서비스센터 기사들이 고객만족도 평가에 대한 압박을 감안하더라도 고객의 동의 없이 전화 수신 목록 등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원인 제공의 측면이 있는 사측의 실적 압박에 대한 문제도 공론화됐다. 실제로 지난 2월 16일 한 스마트폰 소비자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홈페이지에 문제의 본질이 수리기사들이 아닌 사측에 있다며 불만접수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번호가 임의로 스팸 처리가 돼있었다. 오죽하면 이랬을까 싶다”면서 “이번 불만접수로 삼성전자 OO서비스센터 엔지니어 분들에게 불이익이 없었으면 한다. 서비스점수가 만점이 아니면 지점 상사에게 욕까지 먹는다는데, 지극히 주관적인 만족도 때문에 이런 일까지 일어나게 만들어야만 했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이후 일부 언론에서도 수리기사들의 고객만족도 평가에 대한 심리적 압박 등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LG와 삼성 서비스센터 모두 스팸 설정 행위와 관련한 입장만 밝힐 뿐, 소비자들의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구체적으로 LG전자서비스센터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개인 일탈 문제로 보고 있다며 원인을 파악해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역시 직접 센터 측에 불만 사항이 접수되지 않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향후 유사한 피해가 접수될 시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사진=뉴시스

삼성서비스센터, 협력사 등에 수차례 교육 지침

이번 사건은 LG 서비스센터 측이 밝힌 입장과 달리 전국적으로 피해 사례가 속출한 만큼 개인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다분하다. 때문에 일일이 행위자를 찾아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두 서비스센터 모두 실적 압박 등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키우기 보다는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 서비스센터 측은 해당 사건이 불거진 후 협력사 등에 수리기사들에 대한 교육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측에 따르면 스팸 사건이 보도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원청 측은 협력사 등에 재발 방지 차원의 교육 지침을 내렸다. 교육 내용은 기사들의 스팸 처리 행위가 형법 제316조 비밀침해죄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과 민사상 위탁업무 미준수에 해당해 협력사에 손해배상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원청 측은 이후에도 “관련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어 사안이 심각하다”면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재차 확인하며 재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 교육 지침과 재교육 지침에도 고객만족도에 대한 개선이나 그간 수리기사들이 받았을 압박에 대한 위로 등의 언급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민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선위원은 “서비스센터 기사들의 실적 압박은 과거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돼왔던 사안”이라며 “이번 사건 역시 그 일환으로 보고 있다. 지회 측에서도 사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그간 기사들이 겪었던 구조적인 문제 등을 알리며 개선을 촉구했지만 원청 측에서는 본질적인 대책보다는 법조문만 나열하는 식의 공문을 보내며 마치 겁을 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욱이 LG는 노조도 없어 사건이 알려진 후 기사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내에도 비조합원이나 노조가 아예 없는 LG서비스센터 기사들의 경우 과도한 실적압박과 부당한 사측의 요구에 대항할 힘도 없어 이런 일까지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만족 조사, 감정노동·실적압박 악순환 요인”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앞서 성명을 통해 “사건 발생 후 언론은 대부분 엔지니어의 ‘꼼수’라거나 사용자 동의 없이 서비스평가를 조작·방해했다며, 해당 문제를 개인 차원의 문제로 국한시켰었다”면서 “이는 전자서비스체계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과 불합리함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실적 압박에 고통을 받고 있는 엔지니어와 소비자를 갈라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은 과도한 실적압박 속에서 인격까지 포기해야 했다. 10점 만점이 아닌 8점, 9점도 문제가 됐으며 고객 불만이 뜰 경우 대책서를 쓰는 등 자아비판을 해야 했다”며 “업무를 하지 못한 채 MOT를 소리 내어 낭독하고, 롤플레이(역할극)를 하는가 하면, 7시 반까지 조기 출근 해 훈계를 듣고 대책서를 발표하고, 주말에는 관리자와 함께 강제 등산을 가서 산 정상에서 목표 점수를 외치고 내려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비스평가는 수리 결과보다는 제품에 대한 불만, 무상처리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비싼 대금에 대한 불만까지 표출되는 용도로 운영되고 있다”며 “소비자 우선이 아닌 이윤 우선으로 설계돼 있는 서비스체계와 하청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 등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고객만족도 조사는 전화 방식도 있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손님을 가장한 쇼퍼들이 직원들을 감시하면서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면서 “평범하게 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진상’을 부려서 트러블을 일으킨 뒤 직원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는 방식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일들이 오래전부터 있어왔기에 많은 직원들은 누가 진짜 손님인지 평가원인지 대충 보면 안다. 과연 이게 조사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무처장은 고객만족도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현재 서비스업계 종사자들은 과도한 업무와 실적압박에 시달려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만족도 조사를 한다는 자체가 문제다. 택배 기사나 수리기사처럼 건당 수수료 체계는 하루에 하나라도 더 해야 하는데 밤 11시에 택배를 배달하면 어떤 고객이 좋은 소리가 나오겠냐”며 되물었다.

그러면서 “고객만족도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것 역시 감정노동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실효성도 없는 조사를 토대로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물론 고객만족도 조사가 노동자들로 하여금 언제나 사업주의 감시 하에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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