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승무원 투쟁 4천일···김승하 지부장 “비정규직, 실력 문제 아냐”

조나리 기자l승인2017.03.20l수정2017.03.2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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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회관에서 만난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이 인터뷰 중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1심과 2심의 승소, 그리고 2015년 2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믿을 수 없던 대법원의 판결 후 벌써 2년이 흘렀다. 지난 2월 10일 복직 투쟁 4천일을 맞은 KTX 해고 승무원들에게 그날은 해고를 당했던 날만큼이나 끔찍하고 믿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피하고만 싶었던 파기환송심이 열린 그해 11월 27일, 재판부는 ‘대법원의 뜻대로’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취업사기’와 다를 바 없는 일을 겪었던 KTX 해고 승무원들은 그날 이후 산더미 같은 빚을 확정지었다.

‘계약직’, ‘비정규직’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2004년, 350명의 ‘철도유통’ 소속 KTX 승무원들은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철도공사(당시 코레일) 측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2005년 승무원들에게 또 다른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로 이적할 것을 권유했다. 당시 이를 거부하고 약속대로 직접고용을 촉구했던 280여명의 승무원들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이들 대다수는 20대 중후반의 사회 초년생이었다. “우리는 잘못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었던 승무원들은 이후 3년을 철도공사와 싸웠고, 결국 2008년 소송을 제기했다. 그나마 1심과 2심에서 승소해 4년간의 임금과 소송비용을 지급받았으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하루아침에 1인당 8천640만원을 물어줄 처지가 됐다. 그 사이 소송을 제기했던 34명 중 한명은 밀려오는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8천640만원의 빚은 계속 이자가 붙으면서 이달 들어서 1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희망도 생겼다.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정권교체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해고 승무원들은 다시금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만난 김승하 KTX 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잘못된 것은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당연한 이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촛불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숨죽이며 탄핵심판을 지켜봤다. 참으로 오랜만에 ‘희망’을 꿈꿨었다”고 전했다.

“우리 사례가 ‘본보기’ 될까봐 두려워”

철도공사는 2015년 11월 파기환송심이 끝나고 반년가량이 지난 지난해 4월 13일 해고 승무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날은 총선이 있던 날이었다. 즉, 총선도 끝났으니 철도공사 입장에선 여론의 눈치를 덜 받게 되는 시기인 것이다. 당시 내용증명에는 5%의 이자를 물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올해 1월에는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서가 날아왔다. 지급명령서에는 15%의 이자를 물리겠다고 적시돼 있었다. 이렇게 불어난 돈은 어느새 1억원을 넘겼다.

김승하 지부장은 “이사 등으로 주소가 불분명한 조합원들까지 다 찾아내서 지급명령서를 보냈다. 지난주에는 밤 10시에 법원 직원이 집 문을 부셔질 듯이 두드려서 받았다는 조합원도 있었다”면서 “아마 4월 초면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명령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 한 달이면 다 끝난다고 하더라. 5월이면 강제집행이 이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들과 철도공사의 다툼은 개인 간의 채무 문제이고, 얼마든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면서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우리를 승무원으로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돈이 드는 소송을 통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로펌에 퍼준 돈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는 그 돈이 주인 없는 돈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국민 세금이니까”라고 꼬집었다.

이어 “또 다른 한편으론 우리들을 통해서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강한 것 같다”면서 “실제로 우리들 말고도 비정규직 문제나 불법 외주 위탁 등의 사건에 휘말린 기업들이 많다보니까 그런 부분이 많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고 승무원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지난해, 최연혜 전 철도공사 사장은 총선 한 달 전 돌연 사표를 쓰고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비례 5번을 받아 현재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현 사장인 홍순만 사장 역시 해고 승무원들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더욱이 홍순만 사장은 지난해 파업에 참여했던 공사 직원 89명을 무더기 해고(파면 24명, 해임 65명)했다. 해고자를 포함해 징계를 받은 직원만 255명이다. 철도노조는 파업과 동시에 법원에 ‘취업규칙 변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음에도 대량해고는 막을 수 없었다.

김 지부장은 “노조 측은 합법파업을 위해 성과연봉제 하나만을 가지고 파업을 했고, 법원에서도 인정을 했다”면서 “그런데 공사 측은 노조가 파업 기간에 박근혜 퇴진운동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정치 파업으로 변질됐다는 논리를 펼치며 그 같은 징계를 단행했다. 현 정권 하의 철도공사와는 대화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떼쓴다’는 말 가장 상처···“비정규직, 실력 문제 아냐”

해고 승무원들은 지금도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서울역, 목요일에는 부산역에서 진행 중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2년 넘게 꾸준히 해온 1인 시위지만 그마저도 이를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그래도 종종 말을 걸어오는 시민들이 있어 힘이 나기도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해고 승무원들에게 ‘떼를 쓴다’며 비하하는 이들도 있다.

김 지부장은 “우리가 KTX 승무원이 될 당시만 해도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채용제도가 없었다. 승무원이 되려면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야했고, 1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믿었을 뿐”이라며 “실력이 없어서, 또는 비정규직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KTX 승무원이 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분들은 우리에게 ‘대법원에서 진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라고 되묻기도 하는데 우리도 우리가 왜 졌는지 모르겠다. 1심, 2심 재판부는 승소판결을 내렸는데 똑같은 증거를 본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면서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증거를 더 가져다 줘야 인정이 되는지 모르겠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판결한 것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심과 2심 재판부는 KTX 승무원 34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를 철도공사로 판단했다. 또한 승무원들의 업무는 안전과 관련한 업무로 위탁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류 여부로만 판단을 했다. 더욱이 최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 사고가 사회문제로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KTX 열차 내 안전 업무 담당자는 열차팀장 1명이라고 판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김승하 지부장은 이재명 대선후보 후원회 캠프에서 노동자 대표 공동후원회장을 맡았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영입 요청을 받은 김승하 지부장은 조합원들과 신중한 논의 끝에 직을 맡기로 결정했다. 김 지부장은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현재 대선 후보 중 우리들 문제에 가장 명확하게 목소리를 내왔던 분”이라며 “지난해 해고 승무원을 위한 크리스마스 기도회에도 참여한 것은 물론,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참여해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의 지지율을 떠나서 이재명 후보 역시 민주당 소속이고, 이 후보님을 통해서 민주당 내에서 해고 승무원들의 목소리가 확대되길 기대한다”면서 “처음 영입 요청을 받을 당시만 해도 이재명 후보님을 잘 몰라서 그분의 자서전을 읽어봤다. 청년 시절 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팔을 다치는 장애를 입기도 했더라. 이 분은 정말 서민들의 노동자들의 아픔을 알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 지난 1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열린 해고된 KTX승무원들의 삶을 파괴하는 철도공사의 법원 지급명령 철회 철도공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가운데)이 김승하 지부장(오른쪽) 옆에 서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 사회 바로 서야 치유”

10년을 해고 노동자로 싸워왔고, 1억원을 강제추징 당할 위기에까지 놓였지만 김 지부장은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책임감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는 “항상 힘들고 울분에 차 있으면 사람이 살 수가 없다”면서도 “물론 문득 그냥 길을 가다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 질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얼마 전 기사를 통해 정유라 입시 비리 문제로 학교 측과 대립했던 이화여대생들이 불면증과 공황장애, 불안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마치 10년 전 우리가 생각났다. 우리도 경찰만 봐도 가슴이 뛰고 그런 시간이 있었다. 많은 친구들이 당시 중도이탈하기도 했고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여기까지 싸워온 30여명의 친구들이 참 강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렇게 서로를 잘 돌보지 못하다가 한 친구를 떠나보낸 것 같다”면서 스스로 생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친구를 떠올리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 사진=비즈넷타임스

“사회에서 받은 상처는 사회가 정의롭게 바뀌지 않으면 치유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들 역시 해고라는 사회문제로 상처받은 이들이죠. 결국 사회가 바로 서야 치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민분들에게 더욱 감사하죠. 앞으로도 계속 권력을 감시해주시고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회 초년생이었던 우리가 10년 넘게 싸우고 있고, 그로 인해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것, 여전히 그런 아픔과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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