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부터 박근혜까지···“대통령 바꾸려고 싸운 것 아냐”

[인터뷰]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조나리 기자l승인2017.06.07l수정2017.06.22 17:0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 중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강연과 언론 등을 통해 수차례 “재벌개혁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달려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후 심판 기관인 사법부와 검찰이 ‘재벌 봐주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개혁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취지로 검찰과 사법부에 쓴소리는 물론 수사미진을 이유로 검사들도 고발한 단체가 있다. 바로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고발장을 제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해만 무려 25건을 고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황교안 국무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고발인만 300여명에 이른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한 곳도, ‘돈봉투 만찬’에 참석한 검사 10명을 고발한 곳도, 진경준 검사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넥슨 게이트’ 연루자들을 처음 고발한 곳도 이 단체다. 현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미흡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추가 고발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토록 전투적(?)이다보니 검찰에서는 가장 꺼려하는 단체이지만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서울 녹번동에 위치한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실에서 윤영대 공동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투기자본과의 전쟁, 검찰·김앤장과의 전쟁이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4년 8월 출범한 직후 ‘론스타 먹튀’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헤쳤다. 투기자본으로 실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회원이나 운영진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내부 비리 등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윤영대 대표 역시 국민은행 은행원 출신이다. 센터 구성원들 모두 숫자에 익숙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특히 기업 공시 등을 토대로 각종 의혹들을 제기해왔다. 이에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부터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사건, 동양그룹 CP 사기발생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 굵직한 사건들을 주로 맡아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절망적인 순간도 많았다. 이에 대해 윤영대 대표는 “검찰이나 재판부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판단을 할 때가 많았다. 엉터리 법률을 적용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아예 수사도 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우리 사회가 부패해도 너무 부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금에까지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검찰과 사법부의 비독립성과 관피아(관료+마피아) 등 낙하산 관행을 주범으로 꼽았다. 윤 대표는 “검찰이든 재판부든 전화 한통이면 마음대로 결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했던 일들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권력이 수사를 방해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앤장 등 대형로펌이 변호를 맡는 거대사건의 경우 검찰과 재판부도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면서 “옷 벗고 나오면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려고 하다보니 공정한 재판 및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윤영대(왼쪽), 김영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가 고발인 신분으로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차은택 감독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추가로 고발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러나게 된 계기는 ‘주식대박’ 의혹에 따른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고발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추진했다. 윤 대표는 이에 대해 “넥슨과 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전 수석의 커넥션을 파악하고 고발을 준비하던 때만해도 ‘또 기각되겠지’라는 생각이 컸다”면서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보도를 하더라. 그리고 정유라 이화여대 입시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탄핵정국까지 온 것”이라며 그간의 과정을 되짚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0여건의 고발 사건들은 제대로 수사가 이뤄졌을까? “거의 없다”는 게 윤 대표의 대답이다. 여기에는 이미 일단락이 난 것으로 알려진 론스타 사건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9월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부실 수사 등을 이유로 범죄인 인도청구와 재수사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각하결정을 내렸다. 그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처리를 하는 방식을 보면 한결같다. 한 마디로 무시다. 특히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정말 심했다”면서 “우리들은 ‘반부패부’에 사건을 접수했는데 늘 개인 간 소소한 다툼을 다루는 곳으로 배정하고선 각하하거나 상관없는 법률을 적용해 기각을 하는 일들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국정농단, 대통령 한 명 바꾼다고 해결될 일 아냐”

또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표는 “이번 국정농단의 본질은 정경유착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그나마도 강요에 의한 출연이라고 하는데, 지난 정부가 얼마나 많은 재벌 특혜 법률 및 제도들을 강행해 왔는가. 성과연봉제도 그 중 하나다. 사면복권, 면세점 사업, 모두가 반대한 기업 합병, 특정 업체에 일감몰아주기 등 나열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게 만약 무죄라면 나중에 또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우리는 대통령 바꾸려고 싸워온 게 아니다.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해결될 일들은 더욱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 대표는 새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권력을 내려놓고 과거의 적폐들을 묵묵히 청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의 권력이 워낙 비대하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르면 절대자가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충성을 다할 것처럼 보이지만 보고 있다가 나중에 도적질하는 게 재벌들이다.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 재벌이 공범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29일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낙연 당시 총리 후보자의 뇌물 수수 혐의와 조세포탈 혐의,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들며 “지난해 1년 동안 우리 센터가 진경준, 김주현, 우병우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뇌물죄로 고발해 온 기준에 비춰 보면 이 후보의 사례도 그 범주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사진=비즈넷타임스

윤 대표는 “여당이, 새 정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혼자 다 검증할 수 없으니까 청문회를 하는 거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도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이외에도 가습기 살균제 책임 기업을 변호했던 이인걸 변호사가 반부패비서관실 선임 행정관으로 지명됐는데 이런 부분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한 질문에 “꼭 시민단체가 아니더라도 합리적 의혹 및 정황이 뒷받침 된 고발 사건은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 대상이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재벌이든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면서 “물론 문재인 정부도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촛불로 탄생한 이번 정부에서는 결코 과거의 일들이 반복 되선 안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저작권자 © 비즈넷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나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9, 1107호(주)피앤플러스  |  전화 : (02)3472-1507  |  팩스 : (02)3472-1509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3482  |  발행인 편집인 : 백승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승주
비즈넷타임스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7 비즈넷타임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