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도시재생, 기대감 속에서 재원 마련 난관 봉착

국토부, 부족한 예산에 골머리···전문가들 “민간투자 이끌어야” 김수찬 기자l승인2017.06.08l수정2017.06.1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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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도시재생 벌집 앵커시설에서 주민들과 지역예술인들이 '벌집생생, 가리봉재생'을 주제로 열린 행사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의 앵커(핵심)시설로 산업화시대인 1970년대 구로공단 근로자들의 숙소였던 벌집 주택 2곳을 매입해, 시설 조성공사 착수 전까지 전시회 등 주민 공간으로 임시 사용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김수찬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1호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재생은 기존 동네를 철거하는 재개발·재건축과는 다른 개념으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쇠퇴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업의 취지나 명분과는 별개로 실제 제도가 성공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진 과정에서 재원 마련에 대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정부가 연간 2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추경으로 책정된 예산을 합쳐도 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민간 참여를 통해 재원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문화·생태 보존하며 거주 여건 개선

그간 정부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낙후된 지역을 정비하려 했지만 오히려 각종 부작용만 발생했다. 양적 성장과 경제적 이익은 있었으나 해당 지역만의 특성은 사라지고 주민의 생활환경이 악화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거주민 이탈 현상)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도시 재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해결방안으로 도시재생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자체들과 함께 선진지역의 성공사례를 답습하며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3년 6월 도시재생특별법을 제정해 주민·지자체 중심으로 재생계획을 수립하면 정부가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이어 2014년 5월 도시재생이 시급하고 파급효과가 높은 13곳(도시재생기반형 2곳, 근린재생형 11곳)을 국가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지정, 올해 하반기까지 사업 착수에 나섰다.

그중 하나로 서울시는 근린재생형으로 지정된 종로구 창신·숭인동에 대해 보존을 핵심가치로 두고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창신·숭인 지역은 당초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가 사업이 여의치 않자 2013년 해제된 바 있다. 서울시는 동네 본모습을 유지하되 도로를 넓히거나 주차장·놀이터 같은 공동시설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서울로 7017’과 ‘세운상가’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로의 경우 개장 12일 만에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 도시재생선도지역 사업 위치도. 사진=국토부

턱없이 부족한 예산···민간참여 유도해 투자 이뤄져야

문재인 정부는 창신동의 변화를 전국으로 확산해보자는 취지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착수했다. 공공기관 주도로 5년간 50조원을 들여 구도심과 달동네를 정비하고, 일자리 39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들은 주로 도심 지역에서 생활하는 직장인과 대학생,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은 기존 재생사업에 소규모 정비와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포함한다. 2013년 지정된 도시재생특별법에 따르면 도시재생과 관련해 투입되는 한 해 예산은 1천500억원이다. 정부는 이를 10조원으로 늘려 임기 내 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정부가 연 2조원을 지원하고 주택도시기금이 융자·투자·출자 방식으로 5조원, 지자체·공기업 등이 3조원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택도시기금은 여유자금이 약 40조원에 달해 기금 지원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올해 국토부가 책정한 도시재생 예산은 1천450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5일 추경을 통해 책정된 예산은 1천14억원에 불과하다. 도시재생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서울시와 나머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인 8천750억원을 더하더라도 1조원이 조금 넘는다. 당초 밝힌 연 지원금 2조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나머지 8조원을 주택도시기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업비에서 충당한다고 해도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당장 사업에 나서야 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국토부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

▲ 지난해 10월 성동구 왕십리에서 '성수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서울시

전문가들은 민간참여를 통한 투자가 활성화돼야 재원 확보가 수월해질 것이라 주장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재생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같은 공공기관만 참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선투자를 하고 그 후에 민간과 금융회사가 투자해 사업을 뒷받침하면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서울시 도시전략팀 주무관은 “도시재생 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아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익성과 전망 등 사업의 매력도를 높여 민간자본 유치에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70%를 밑도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투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재원 마련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올해 사업은 고스란히 다음 해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 전쟁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국토부의 가장 큰 숙제다. 이미 국토부는 지난달 21일 기재부에 내년도 사업계획서와 예산요구안을 제출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는 도시재생사업 확장을 위한 사전 준비를 중점적으로 두고 있어 대규모 자금은 필요치 않다”면서도 “적극적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함께 리츠(부동산투자회사) 활용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금리보다 높은 고정 배당을 보장해 민간자본의 투자를 유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하기 위해선 각종 행정협력과 정보가 센터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센터 조직원의 전문성을 향상을 위해 현장 교육 프로그램과 도시재생전문가 자격증제도 도입도 고려된다”고 덧붙였다.

김수찬 기자  capksc3@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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