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에 치솟는 공실률까지···서울 지하철 상가의 민낯

5~8호선 상가 공실률 40% 달해···불법 전대 여전히 횡행 김수찬 기자l승인2017.06.12l수정2017.06.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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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김수찬 기자] 서울시 지하철 상가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서울교통공사(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지하철 역내 상가는 출퇴근 인구가 고정적이고 지하철 운영시간 내내 유동인구가 많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최근 임대료 문제로 임차인간 법적공방을 벌이면서 면적은 주인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또한 계약자가 다른 사람에게 웃돈을 받고 다시 빌려주는 불법 전대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서울교통공사는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정액 임대료 계약을 매출액 연동 임대료 계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5~8호선 상가, 40% 빈 점포
반포역 상가 52개중 7개만 영업

지하철역 내 상가는 100% 임대방식으로 운영되며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관리한다. 서울시의 경우 지하도 상가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지하철 1~4호선은 서울메트로, 5~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 9호선은 GS리테일이 관리‧운영했다. 지난달 31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면서 1~8호선을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게 됐다. 지하철역 상가는 일반 경쟁 입찰을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임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찰시 기초금액(시작가) 산정은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 후에 이뤄진다. 보통 5년 사용권 계약을 체결하며, 최고 20년까지 임대가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액의 수수료를 내는 백화점보다 보증금도 저렴하고, 권리금도 낼 필요가 없으며 광고 효과도 거둘 수 있어 ‘1석 3조’다. 초기투자금액이 비싸지 않아 큰 목돈을 들이지 않고도 매수가 가능하므로 일반인들에게도 지하철역 상가는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지하철역 상가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5~8호선의 점포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에 있는 총 779개 상가 중 67개 상가가 비어있다. 약 8.6% 정도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가 운영하는 지하철 5~8호선 역에는 1천263개의 상가 점포 중 임대가 이뤄진 매장은 761개에 불과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매장도 257개에 달한다. 소송 중인 매장은 사실상 임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실률은 39.4%에 이른다. 점포 10개 중 4개는 비어있다는 소리다. GS리테일이 관리하는 9호선 상가는 135개 중 7개가 비어있으며, 공실률 5.2%를 기록했다.

특히 7호선 반포역의 경우 상가 52개중 7개만이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반포역 지하상가는 지난 2008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는데, 당시 월 임대료는 3.3㎡당 20만원 정도에 책정됐다. 현재 월 임대료가 3.3㎡당 25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해보면 다소 비싼 편이라 할 수 있다.

반포역 지하상가 상인 A씨는 “대부분 유동인구고, 지하상가란 점을 고려하면 임대료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주변 시세보다 비싼 상가 임대료 때문에 점포도 다 못 채우고 상권 조성도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대 위탁업체도 2010년에 부도가 나 대부분의 상인들은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떠났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2013년 말부터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다시 임차인을 받고 있지만 상권 형성은 여전히 되지 않고 있다”며 “공실이 이렇게 많으면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상가를 채워야 하는데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해왔다”고 지적했다.

▲ 고속버스터미널역 지하철상가 상인회가 지난해 6월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메트로의 점포 강제철거 및 새로운 임차인 선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익 하락에 불법 전대까지···속수무책 서울교통공사

지하철역사 내 상가 공실률에 따라 월세 수익 역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점포 공실률이 높다 보니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임대 수익은 서울메트로에 비해 시원치 않다. 서울메트로는 임대가 완료된 712개의 매장 임대료로 매달 약 46억8천만원의 수익을 챙긴다. 반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점포수가 서울메트로에 비해 500개가량 더 많지만 월 임대 수익은 약 23억8천700만원으로 서울메트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메트로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비해 수익을 더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메트로 역시 임대사업 운영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신원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특별시의회 소속)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상가 임대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자의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관련 규정을 부실하게 운영하고 위약금 관련 규정도 소극적으로 해석해 후속조치를 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해 서울메트로의 부채가 2조9천681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임대규정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영호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위원은 “1~4호선의 수송 인원과 유동인구는 5~8호선보다 훨씬 많아 수익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하철공사의 재정 건전성 강화와 운용 효율성 개선을 위해 정액 임대료 방식에서 매출액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감정평가업계에서 매출액 연동 임대료 평가에 대한 평가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당장 전환은 어렵다”면서 “상가 임대시장에서 매출액 연동 임대료와 관련한 사례와 참고지표를 검토해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가를 빌린 사람이 직접 장사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웃돈을 받고 다시 빌려주는 전대 행위도 판치고 있다. 공공기관이 소유한 지하상가를 저렴하게 임대 받아 고리를 취하는 전대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실제로 기자가 통근 시 이용하는 당산역과 양재역의 경우 역내 상가가 3~4개월 사이 최대 3번이 바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정확히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통상 3~5년 사용권을 계약하는데, 업종이 자주 바뀌는 경우 불법 전대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대 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불법적 전대업체가 서울메트로로부터 3.3㎡ 당 월 70만 원(고속터미널역 기준)으로 상가를 임대해 공식임대료보다 2.5배 정도의 임대료를 챙기기도 했다. 문제는 서울교통공사 측이 공실률 저하, 불법전대 방지에 대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매년 감정평가업체에 의뢰해 임대료 감정평가를 받고 있고, 그 수준에 맞게 최초 입찰가를 정한다”며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임대료를 쉽게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빈 상가는 계속 입찰 공고를 내서 채우려고 노력 중이며 대기업 유통업체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 공실을 줄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불법 전대에 관해서는 “메트로와 공사의 합병으로 새로운 개선의 움직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공사 측의 승인 없이 전대 또는 양도한 상가를 신고 시 해당상가 귀속 전대위약금의 10%(최고 500만원, 최소 300만원)의 포상을 지급하거나 전차인 자진 신고 시 해당 상가 운영 기회를 부여해 드리고 있다”며 신고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수찬 기자  capksc3@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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