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 없는 통신비 논란···정부-업계, 팽팽한 줄다리기

국정위 “기본료 폐지 포함 보편적 인하” VS 업계 “경쟁 확대 통한 요금인하 유도” 김수찬 기자l승인2017.06.14l수정2017.06.21 09:4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지난 4월 11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김수찬 기자]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통신비 인하 논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기본료 폐지 공약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통신비 인하 본격화에 나섰다. 시민단체 역시 통신사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구조를 손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만간 국정기획위에서 최종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동통신업계는 정부 주도로 통신비를 인하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하고 소비자혜택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통신업계 “기본료 폐지 시 적자전환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동통신 기본료를 폐지하고, 단말기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가계 통신비 절감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본료를 폐지하면 가입자 당 월 1만1천원의 요금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통신비 인하 본격화에 나섰다.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소비자에게 고루 돌아가는 보편적 인하’로 정책 방향을 잡고 지난 7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내리지 못한 모습이다. 기본료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매출 감소와 투자·유지·보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본료 폐지 공약을 반대하고 있다. 전체 통신가입자 6천200만명의 통신요금을 월 1만1천원씩 내리면 총 7조9천억원의 매출이 감소해 적자로 전환된다며 정책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7일과 9일 미래부 회의에 참석한 이통3사 임원들은 “기본료 폐지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통업계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3조7천222억원으로 기본료 폐지 시 예상되는 감소 매출액(7조9천억원)의 2분의1도 안되는 금액”이라며 “영업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도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만약 기본료가 폐지된다면 이통사는 손해를 막기 위해서 5G 초기 요금이나 데이터 요금을 더 올리는 방법을 쓸 것”이라며 “결국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지난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신비용과 관련한 관련법 또한 정부로써는 무용지물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서비스별로 요금 및 이용조건을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하 미창부)에게 신고해야 한다. 다만 해당 사업자의 사업규모나 시장점유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신고가 아닌 인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미 인가받은 서비스 요금을 인하할 때다. 이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은 사업자로 하여금 미창부에게 신고해야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즉, 이미 적용되는 요금을 인하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업자만이 결정하고, 이를 신고하는 의무만 명시돼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들에게 요금 인하를 강제할 경우 자칫 위헌 논란에 휩싸일 여지도 있다.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만족할 만한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인가제도는 지배적사업자가 약탈적 요금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거나 담합 등을 통해 요금인상을 시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일 뿐”라며 “법적 근거가 없는 기본료 폐지를 위해서는 관련법 제정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은 “정부 주도로 통신비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며 “기본료는 초기 투자비 회수를 위한 비용이 아닌 산업 특성상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투자비와 유지·보수를 위한 것”이라며 이동통신 기본료에 대한 정부의 개념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 이용자의 원활한 사용 환경을 위한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임 원장은 “불완전 경쟁 시장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만큼 경쟁 활성화를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며 “정부는 제4이동통신 등 새로운 경쟁자를 키워 자율 경쟁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알뜰폰 업체들도 반대의 뜻을 내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13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시장 독과점으로 통신비 인하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보다 알뜰폰 제도 개선을 통한 공급시장 활성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기본료가 폐지되면 알뜰폰 사업자의 매출이 최소 46%(3천840억원) 감소하고, 영업적자도 지난해 기준 310억원에서 4천15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 사진=뉴시스

시민단체 “업계의 엄살, 정부는 업계 비호 멈춰라”

시민단체 측은 통신3사의 기본료 폐지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기본료를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기본료 폐지가 곧바로 기업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힌다는 이통업계의 주장은 엄살에 불과하다는 게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이동통신 기본료 설정의 부당성, 기본표 폐지 방안,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책 제안이 담긴 이슈리포트 ‘최근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논란에 대하여’를 펴내며 이같이 밝혔다.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경영효율화를 통해 기본료 폐지로 인한 수익 감소를 막을 수 있다”며 “신규 설비 투자는 회사의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본연의 재정으로 충당해야지 세금처럼 기본료를 징수해서 충당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액요금제에도 기본료는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점은 다수의 논문이 밝히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이통 3사는 정액요금제에 기본료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검증할 수 있는 회계자료를 내놓길 바란다”며 “미창부 역시 인가 신청 자료에 기본료 금액이 표시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 간사는 “이동통신 서비스는 공공재의 성격이 매우 강한데도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고, 가격 통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참여연대 측은 독과점 체제가 통신비 인하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3사가 비슷비슷한 요금제를 내놓고 고객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3사의 LTE 데이터 요금제는 가격대별로 큰 차이가 없다.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지난달 18일 “통신 3사가 데이터 요금제를 담합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연구원은 지난 9일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놓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가계통신비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이행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는 요금인가제 등 정부 규제가 요금 수준을 제한해 통신사 간 요금 담합을 조장하는 상황”이라며 “지원금 상한제 등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알뜰폰을 육성해 경쟁이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부 업무보고와 시민단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국정기획위는 추가 회의를 거친 뒤, 관련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의 의견 조율을 마지막으로 최종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김수찬 기자  capksc3@biznettimes.co.kr
<저작권자 © 비즈넷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수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9, 1107호(주)피앤플러스  |  전화 : (02)3472-1507  |  팩스 : (02)3472-1509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3482  |  발행인 편집인 : 백승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승주
비즈넷타임스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7 비즈넷타임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