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셜록홈즈 나올까···공인탐정, 부작용 우려에도 여론 호의적

민간조사협 “수사력 지원해 민생치안 강화, 인권침해 제도로 방지” 김수찬 기자l승인2017.06.15l수정2017.06.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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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넷타임스=김수찬 기자] 한국에도 ‘셜록 홈즈’나 ‘명탐정 코난’의 출현이 가능할까? 공인탐정제도는 이름만 달랐을 뿐 이미 20여 년 전부터 도입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쳐왔다. ‘민간조사제도’라는 이름으로 17대 국회 때부터 여러 차례 법안이 추진됐지만 단 한 건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공약하면서 그 현실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 우려도 있지만 국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하고 있을 정도로 여론도 좋은 상황이다. 공권력이 챙기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피해자를 돕는 탐정의 역할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탐정 없는 나라···불법 흥신소만 난립

탐정의 주요 활동 분야는 실종·가출 등 사람 찾기, 경찰의 수사권이 미치기 힘들거나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자료수집 등이다. 기업보안·사이버안전 등 각종 피해예방, 사기사건 권리구제도 주요 활동 분야로 꼽힌다. 지금은 범죄 혐의가 없는 단순 가출 사건도 경찰이 나서야 하지만, 이런 사건에 민간 인력을 활용하면 경찰력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5개국 중 탐정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민간조사협회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약 6만 명, 독일과 영국에서는 각각 2만여 명의 탐정이 활동 중이다. 활동 범위는 특정인의 소재 파악 등의 분야로 한정돼 있으며, 미국 일부 지역에서만 예외적으로 정부 위임에 따라 형사 범죄에 대한 수사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권추심업을 허가받은 신용정보회사만 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 상거래관계, 사생활 등을 조사할 수 있다. 때문에 일반인이 탐정·정보원 등을 사칭해 누군가를 미행하거나 사진·동영상 촬영 등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탐정 제도의 부재 속에서 오히려 음성적인 흥신소, 심부름센터가 난립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공식통계는 없지만 경찰청은 2012년 기준 전국에 1천574개 심부름센터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민생치안을 강화하고, 국가의 한정된 수사력을 지원할 민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인탐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색 공약’으로 불리며 눈길을 끈 이 공약은 ‘생활안전 강화’ 방안으로 제시됐다. 국민여론도 우호적이다. 경찰청이 지난 4월 국민 1천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2.3%가 탐정업 법제화에 찬성했다.

탐정제도, 18년째 국회·변호사단체에 발목 잡혀

사설탐정에 대한 필요성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돼 국회를 거치며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돼왔다. 지난 1999년 16대 국회 당시 하순봉 한나라당 의원이 최초로 ‘민간조사제도’라는 이름으로 법안추진을 진행했고 17대 국회에서 정식으로 발의됐다. 그러나 17·18·19대 국회까지 17년에 거쳐 법안 발의와 회기만료가 되풀이됐다. ‘탐정’이라는 표현이 법안 명칭에 포함된 것은 20대 국회에 들어와서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국민의 권익보호와 피해사실에 대한 사실조사업무 합법화를 위해 ‘공인탐정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안전행정위원회 심의 중에 있다. 경찰청은 공인탐정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8월에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이른바 탐정법이라 불리는 제도가 여태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변호사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공인탐정제 도입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개인정보유출, 기본권침해, 전관비리 조장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1월 두 차례 성명을 통해 “사회적 필요성이 전무하고 전관비리만 조장할 것”이라며 “정보주체에 대한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행위, 도청, 비밀촬영 등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임지영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은 “일의 특성 상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하기 힘든 일이고, 경쟁적으로 사생활 뒷조사를 하다보면 적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행위가 빈번할 것”이라며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공인탐정법안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공인탐정 법안은 경찰청장에게 탐정업 등록권한 및 탐정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해 제도적으로 전직 검·경 수사관 등에 대한 예우를 보장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임 대변인은 “수사기관과 유착관계 없이는 중요 개인 정보 수집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검·경 출신 탐정들이 현직 공무원과의 관계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국민들에게는 높은 수임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6월 대한민간조사연구학회와 대한민간조사협회의 공동 주관으로 '20대국회 탐정(민간조사)제도 도입방향' 에 관한 학술 세미나가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대한민간조사협회

민간조사협회 “탐정제도, 피해회복·치안역량·일자리창출까지 일석삼조”

반면 탐정법을 추진해 온 측은 가출·실종자 등 사람을 찾거나, 각종 피해 회복을 위한 자료나 정보를 수집하는 업종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들의 권익 보호와 치안환경 변화에 맞춰 공인탐정제도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탐정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관리 제도를 마련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탐정은 변호사나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소송 관련 사실관계 및 정보만을 조사·수집한다”며 “공인탐정제가 도입되면 그간 일부 심부름센터·흥신소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행태도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2013년부터 제정됐고 사생활 침해 우려와 관련해선 통신비밀보호법 등 타 법률에서 규제를 하고 있다”며 “탐정 자격시험과 철저한 교육을 통해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의뢰인의 의뢰가 있을 때만 조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정보 유출 등과 같은 우려할만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안을 보면 공인탐정으로 활동하기 위해 공인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인권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의뢰인에게 부당한 비용 청구 금지, 사건부 작성·보관, 계약내용 서면 교부, 수집·조사의 제한, 손해배상책임, 비밀의 준수·교육의 의무 등이다.

일자리 창출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 회장은 “OECD 34개 회원국에서는 평균 인구 10만 명당 31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 기준을 채우면 약 1만5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탐정 혼자 업무를 처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외 직원까지 고려하면 3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5월 발간한 민간조사업 관련 입법정책 설명 자료에 따르면 민간조사업 도입 시 1만5천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1조2천724억 원의 경제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도 2014년 선진국에는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 41개 가운데 첫 번째로 사립탐정을 꼽은 바 있다.

이어 하 회장은 “관리·감독의 권한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놓고 부처 간 힘겨루기가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탐정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은 미국 2개 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찰이 맡고 있다”며 “강력 사건을 맡는 검찰과 달리 탐정은 민생 관련 사건을 맡기 때문에 경찰청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하 회장은 “탐정과 변호사 업무는 다르므로 국민편익 보호를 위해 탐정과 변호사가 공생공존을 한다면 민·형사상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개인과 기업의 진실규명을 위한 동반 조력자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변호사협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김수찬 기자  capksc3@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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