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통령님, 삼성노동자들과 소주한잔 어떠십니까?”

조나리 기자l승인2017.06.15l수정2017.06.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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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대통령님을 만난다면 제가 받는 월급 저도 좀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금 내고, 가족들 먹고 살고 하다보면 저는 쓸 돈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급여도 일한 만큼 받고, 국가 복지도 확대 되서 저도 좀 옷도 사 입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싶네요.”

“저는 20대고요. 오늘 모이신분들 가운데 가장 막내입니다. 입사한지는 5년이 됐는데, 사실 이런 곳에 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부산이다 보니 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없거든요. 초과근무는 물론 주말에도 일을 하니까요. 그런데 돈은 많이 못 벌었네요. 눈치 보지 않고 휴가 좀 가고 싶고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들어 달라고 (대통령에게)말하고 싶어요.”

“우리들이 대통령에게 ‘이거 해 달라. 거저 해 달라.’ 떼쓰는 게 아닙니다. 우리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원청과 직접 교섭하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언제까지 아무 권한 없는 ‘바지사장’과 무의미한 대화를 해야 합니까.”

“다른 말은 생략하고요. 만약 오늘 대통령님을 만난다면 이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저희들 매주 수요일 이곳에 모이는데 삼성노동자들하고 소주 한 잔 어떠십니까?’”

지난 14일 오후 6시 40분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소주 한잔 합시다’ 토크콘서트 1회를 열었다. 이곳은 청와대와 100m 떨어진 곳이다. 지회 측은 이날 무기한 파업 돌입과 함께 <재벌개혁 실천단, SSEN(이하 실천단)>을 꾸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으로 구성된 690명의 실천단은 23개조로 편성,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1개조(30명)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파업 역시 매주 1개조 구성원이 3박4일(화수목금)간 돌입한다. 지회 측의 무기한 파업은 2014년 5월 경찰의 ‘염호석 열사 시신탈취 사건’ 이후 처음이다.

지회 측이 또 다시 거리로 나선 이유로 간접고용의 기형적인 교섭구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지휘·감독 하에 있으나, 단체교섭 거부는 물론 업무 중 재해를 당해도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회 측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많은 일들을 겪었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성북센터 소속 진남진 기사가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던 중 발코니 난간 전체가 무너지면서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지회 측은 ‘진짜 사장 나와라’ 운동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 3대 세습 찬반 투표’를 진행,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올해 1월에는 3년 만에 열린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패소하기도 했고, 국정농단 사태 당시 ‘재벌도 공범이다’라는 피켓을 들며 매주 시민들과 촛불을 켰다.

참으로 ‘눈물’과 ‘파이팅’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춰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다. 지회는 비정규직 문제를 규탄하는데 있어 늘 선봉에 서고자 했다. 삼성이 바뀌지 않으면 모두가 바뀌지 않고, 삼성이 바뀌면 모두가 바뀐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리고 그들이 바로 삼성의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로 구성된 <재벌개혁 실천단, SSEN> 참가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이날 토크콘서트 역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첫날이니 만큼 부당한 업무환경에 대한 토론보다는 서로의 얼굴을 익히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으로 시작됐다. 사회자로 나선 황수진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는 “왜 하필 100m일까 생각을 했었다. 청와대와 가깝기도 하지만 100m라는 거리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눈앞에 있지만 바로 닿지는 않는 거리가 100m 같다. 우리들 역시 늘 그런 심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마지막 100m까지 가보자”며 참석자들을 다독였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하루를 격려하며 과자를 안주삼아 시원한 캔맥주를 마셨다. 분위기가 슬슬 무르익어가자 사회자인 황수진 활동가는 즉석 게임을 제안, 문재인 대통령 이름으로 삼행시 대회(?)와 대통령 공약 OX 퀴즈도 진행했다. 그 중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공을 들인 시간은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때를 대비한 상황극이다. 참가자들의 연기도 어색했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전달할 ‘굵고 짧은’ 메시지를 생각해내느라 모두 머리를 싸맸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십시오.”, “원청의 단체교섭 책임을 인정해주십시오.” 저마다 대통령을 만날 때 하고 싶은 말을 건냈다. 이에 대통령 역할을 맡은 참가자는 “미안해서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밝은 분위기로 노동자들의 즐거운 목소리를 들으니까 저 역시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의 약속을 통해 노동자들의 위치가 지금보다 올라가는 세상으로 만들겠다”고 화답, 박수를 받기도 했다.

수만번의 외침,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라

토크콘서트에 앞서 지회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허울뿐인 단결권을 지적하며 진정한 의미의 노동3권을 보장받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가끔 기자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묻지만, 노조를 만들면 업체가 폐업되는데 누가 가입을 하겠냐”면서 “실제로 지회가 설립된 이후 4년 동안 노조가 조직돼 있는 센터에서 19개 업체가 폐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단체교섭권이 없는 상황에선 어떤 문제도 개선할 수 없다. 결국 사람이 죽거나, 수백명이 강남 한복판에 누워야 겨우 문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이 열렸을 뿐”이라며 “지금의 간접고용 노사관계는 현행 제도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1번지 앞에서 무기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서비스지회

파업을 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파업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노동자들이 자신의 수익을 줄이면서까지 사용자를 압박하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간접고용의 경우 원청은 대체인력을 투입시키면서 파업을 무력화 시켰다. 물론 이번 파업도 마찬가지일거라는 게 지회 측의 설명이다.

지회 측은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시킬 때마다 그 자체가 원·하청이 독립된 별개의 사업체가 아닌 위장도급 관계라는 증거라거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주장을 해왔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실제로 대체인력이 파업을 무력화시키고 나면 사후에 무엇이 법에 저촉됐는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제도인 이유는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노사관계를 제도의 체계 안에서 관리하지 못한다면 그 제도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원청이 성수기를 핑계로 단체교섭을 지연시킬 때 최종범 열사가 목숨을 끊었고, 협력사들과 경총이 실질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교섭을 결렬했을 때 염호석 열사가 목숨을 끊었다”며 그들의 죽음과 현 제도의 문제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스스로 문제를 개선할 수도 없고 고용불안, 저임금, 가혹한 노무관리 시달린다”면서 “현실에 맞는 법제도가 다시 설계돼야 한다. 오늘의 제언이 다시금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노동관계법의 보호 안으로 끌어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크콘서트는 오후 8시께 끝이 났다. 앞서 한 참가자는 문재인 대통령 이름 삼행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문 앞에 있습니다. (재)재수가 너무 좋습니다. (인)인제 소주 한잔 합시다!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대통령과 소주 한잔 나누는 ‘재수 좋은 날’이 머지않아 찾아오길 바란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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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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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원 2017-06-15 23:45:59

    기자님의 정성과 노력이 느껴지는 멋진 기사네요
    기자님도 노동자들도 화이팅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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