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트럼프 멈추게 하려면 FTA 새모델 정립해야”

[인터뷰]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법무법인 수륜) 변호사 조나리 기자l승인2017.07.07l수정2017.07.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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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법무법인 수륜) 변호사가 인버튜 중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지금 한국과 무역협정을 재협상(renegotiation)을 하고 있다”고 발언, 국내에서 FTA 재협상 논란이 일었다. 이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FTA 재협상을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지만 이같은 청와대의 해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통상 전문가의 설명이다. FTA 협정문에 따르면 양 당사국 중 한쪽이 개정을 요구하면 30일 이내 협상 테이블을 개시해야 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재협상’이 개정을 요구한 거라면 우리 정부의 동의와는 상관없이 협상이 개시되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법무법인 수륜) 변호사는 <비즈넷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실제 협상이 시작될 경우 어떤 내용으로 개정 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라며 “한미FTA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거나 FTA 유지 자체를 목표로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미국에게 희생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는 일문일답.

- 협정문에 따르면 양국 중 한 쪽이 개정을 요구하면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협상 테이블 개시를 요구했다고 볼 수 있을까.

협정문에는 공동위원회조항이 있고, 공동위원회는 개정을 검토할 권한이 부여돼 있다. 물론 어떤 내용으로 개정할 것인가는 합의 대상이지만, 지금 놓여있는 상황은 A를 B로 바꿀 것이냐가 아니라 개정 협의를 시작할 것이냐는 절차적인 문제다. FTA협정문 따르면 공동위원회는 정기회의와 특별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데, 정기회는 1년에 한 번 정해져 있는 것이고, 특별회의는 어느 한쪽 당사자가 소집을 요구하면 30일 이내에 소집을 해야 한다고 돼있다. 지금 미국의 백악관의 브리핑을 보면 특별 공동위원회 소집 요구를 했다고 보는 게 맞다. 협의 날짜를 언제 정할지, 장소는 어디서 할지 등의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재협상을 합의했다거나 이를 공식화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무익한 홍보라고 지적했다.

많은 언론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미 FTA협상은 발효중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을 하고 있다’는 표현도 잘못된 것이고, 우리 역시 ‘재협상을 합의한 바 없다’고 반박하는 것 또한 법적으로 전혀 의미 없는 프레임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는 재협상이 아니라 테이블 개시의 문제이고, 동의 또는 합의를 요하는 부분이 아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아직 새정부가 구체적인 한미 FTA를 위한 로드맵이나 방향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재협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된 용어에 휘둘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 역시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잘못 사용한 것도 적절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잘못된 단어의 선택이거나 한미FTA 숙지 미달에 따른 실수라고 보는가, 아니면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보는가.

다분히 계산될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지지 세력인 제조업 노동자들을 향해 마치 한미FTA 자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압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협상 상대국에 대한 최소한의 지위조차 배려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 청와대도 장하성 실장의 반박발표 후 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논리나 접근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는 어떠한 수확을 요구하는 것이지, 논리나 합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가 그렇게 나오기 때문에 논리나 합리, 대화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발언들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거나 휘둘리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한국이 한미FTA를 사수하려는 것처럼 보는 것 같다. 또 그간 한미FTA에 대해 발언한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실제 협정 내용도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에 휘둘린다면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다.

- 대기업이 선물 보따리 들고 가도 FTA 재협상 요구를 결국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협상 요구를 막지 못했다는 자체를 지적한 것은 아니다. 그 발언을 막아보겠다는 식의 접근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도 받을 거 다 받고 재협상 요구를 한 것이다. 지금 미국이 케나다와 맥시코와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하고 있는데, 연말 쯤 모델이 나오면 한국에게도 그 모델을 요구할 것이다. 또 그 과정이 한국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 것도 아님이 분명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FTA 발언은 애초에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 1순위 업종으로 자동차·철강업계를 거론했는데, 국내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정부도 난처한 상황이다.

그 부분이 우리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 될 텐데, 트럼프가 한국을 강하게 압박해서 FTA 종료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종료되기 까지는 6개월 동안은 유지를 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다시 한국과 미국이 새로운 FTA 협상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절차도 미국에서는 고려하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대로 무조건 양보를 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즉, 일시적으로 FTA가 종료될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이 무엇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를 파악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 협정문 자체를 개정하는 것은 어려울까.

협정문 자체에 대한 개정도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문 자체건, 그 내용이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미국이 무엇을 얻느냐. 얻을 게 있느냐. 그것만 중요한 것이다. 아마도 미국이 지금 진행 중인 나프타 협정이 완료되면 향후 한미 FTA의 변화 역시 가늠이 될 것이다.

▲ 송기호 변호사. 사진=비즈넷타임스

- 결국 우리가 먼저 ‘문재인표 FTA’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의 협정문의 골격은 우리나라의 소수 재벌들이 대량의 수출을 용이하게 하고 그 대가로 미국 투자자들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모델은 그게 아니지 않는가. 따라서 새로운 정부의 경제모델과 한미FTA가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가령 중소기업 적합업종 역시 한미FTA 협정문으로는 유지되기 어렵다. 즉, 새정부의 새로운 경제정책인 경제민주주의와 임금주도형 성장, 노동권의 획기적인 보장 등의 방향으로 한미FTA를 바꿔야 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해서도 안 될 것이다.

- 한국 역시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요구 되는가.

이번 FTA 재협상 여부를 둘러싼 혼선은 2011년 FTA 협정문을 완성하고 이를 완전무결한 것처럼 선전한 통상 관료들에게 책임이 있다. FTA를 지고지순의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있다면 지금처럼 한 쪽이 개정을 요구하면 큰 압박이 된다. ‘우리랑 계속 유지하고 싶어? 그럼 더 내놔.’이거다. 그러나 한미FTA 유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충격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미국에 개정을 요구했을 때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정을 종료해도 괜찮다는 태도로 한미FTA를 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한미 FTA에 지나치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한국의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도 이젠 FTA 체결 자체에 매달리지 말고 하나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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