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서 노동자 손 들었다

기아차 직간접적 부담 금액 1조원 달해···경제계, 판결에 우려 목소리 남선태 기자l승인2017.08.31l수정2017.09.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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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남선태 기자] 산업·노동계가 주목하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법원이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기아차 노동자들이 지난 2011년 10월7일 소송을 낸 지 5년11개월여만이다. 이번 선고 결과에 따라 자동차 업계 등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가모씨 등 노동자 2만7천424명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2011년 사건의 노동자 2만7천여명에게 원금 3천126억원과 이자 1천97억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기아차 노동자 2만7천여명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2011년 이 소송을 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4년 10월에도 김모씨 등 13명이 같은 청구 취지로 소송을 냈다. 청구금액은 원금 6천588억원과 이날을 기준으로 계산한 이자 4천338억을 더해 총 1조926억원이다.

법정에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됐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고 민법에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면서도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넘어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울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다면 결국 근로자에게까지 피해가 미쳐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기아차 측은 “회사가 돈이 충분하다면 지급하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며 통상임금에서 패소할 경우 3조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못받은 돈을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라며 “통상임금이 3조원 이상이라며 회사가 망하는 것처럼 압박하는데 신의칙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지난 17일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2만명이 넘는 원고 명단 목록 정리와 임금 계산 등을 위한 엑셀표 작업을 이유로 세차례 특별기일이 열리며 뒤로 미뤄졌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지난 24일 변론을 마무리하며 선고일을 고지하기 전 노동자와 기아차 측에 조정이나 화해 여지를 최종 확인했지만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날 선고 직후 “회사가 부담해야 할 직간접적 금액은 1조 안팎으로 파악된다. 정확한 수치를 파악 중이다”는 말로 입장을 대신했다. 회사 측은 법원이 지급하라고 한 4천223억여원에도 발생할 수 있는 추가비용이 약 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항소 여부 등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김성락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단체들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법원은 노조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오늘 판결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점은 기존의 노사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며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노사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으로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금번 판결로 우발채무를 지게 돼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며 “그 부담이 해당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은 수많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제조업 경쟁력에 미칠 여파가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대기업·공공부문 근로자에게 신의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법원의 태도는 통상임금 논쟁의 최종 수혜자를 ‘좋은 일자리’를 가진 정규직 근로자로 귀결시켜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이는 취약근로자 보호를 중시하는 최근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FTA 개정 가능성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도한 인건비 추가부담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선태 기자  news@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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