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인간 중심’ 행동경제학에 주목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저자 정인호 경영학 박사 김수찬 기자l승인2018.01.25l수정2018.01.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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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호 경영학 박사 겸 경영평론가

[비즈넷타임스=김수찬 기자] 경제학계에서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금융 위기를 계기로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 심리학·생물학·인문학 등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 금융 위기와 같은 시장 실패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 때문이다.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의 저자 정인호 경영학 박사 겸 경영평론가는 인간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존재가 아닌 감성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고 설명한다.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이 반드시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를 보다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호 경영학 박사는 협상전략과 협상성과와의 관계에서 협상태도, 커뮤니케이션, 신뢰도의 조절효과, 경영교육 등을 연구하며 행동심리와 행동경제학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왔다. 현재는 경영컨설팅 회사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자리에 있으며, 다양한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해 경영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문 교수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문 멘토로도 활동한 그는 1년에 한 권씩 다양한 분야의 책을 쓰며 경제·경영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이하는 일문일답.

-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행동경제학의 대가로 알려진 인물인 리처드 탈러다. 최근 들어 행동경제학이 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행동경제학자의 노벨경제학 수상은 리처드 탈러가 처음이 아니다. 1978년에 이미 사이먼(Herbert Simon) 교수가 “‘인간은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전통적 경제 이론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2년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경제학에 심리학과 심리학적 실험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행동경제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행동경제학은 오랫동안 주류 경제학의 이단아였다. 주류 경제학은 경제 주체가 장기적인 비용과 편익을 합리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고 이 기초 위에 이론을 쌓아 올렸는데, 리차드 탈러 교수나 대니얼 카너먼 교수를 비롯한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 행동의 비합리성과 그 비합리성의 양태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 주류경제학의 한계는 무엇인가?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주류경제학 즉, 전통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성, 논리성에 기초를 둔다. 인간은 항상 예측가능하고 일괄된 선호에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특성을 고려해 전통경제학에서 본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 정의한다. 결국 자신의 선택에서 고려하는 모든 대상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계산하여 가장 가치가 큰 대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항상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존재로 해석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선호가 달라지기도 하고, 효용 극대화보다는 만족을 추구하는 감성적인 존재다. 결국 인간은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며 주류 경제학의 반기를 드는 존재라고도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심리학자 다네엘 카너먼 교수는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이 반드시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준합리적 경제 이론’을 내세워 그간의 통념을 무너뜨렸다. 심리학과 다양한 실험 방법을 동원해 기존의 전통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을 뛰어넘는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 경제학이 재결합하면서 탄생한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심리학적 특징이 강한 경향이 있다. 단순 심리학과는 차이가 존재한다.

- 인간이 비합리적인 선택과 계산을 한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누군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보는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에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말을 남겼다. “정육점, 양조장, 그리고 빵집 주인들의 자비심 덕분에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기 자신의 이득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한다. 우리 자신의 필요를 이야기 하지 않고 그들의 이익을 이야기 한다”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인간의 배를 부르게 해주는 원동력은 바로 이기심이다. 즉 이기심이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의미는 타인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득만을 챙기겠다는 것은 아니다. 스미스가 말하는 이기심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부정식품을 만들어 파는 악덕업자와 동기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인간의 정당한 이기심을 권장하되 상대의 이익을 가로채거나 선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을 희석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정부의 시장 개입과 법적 제재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 2017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차드 탈러 교수.

- 행동경제학이 기업 경영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파리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이라는 일화가 있다. 1976년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실시된 블라인드 테스팅에서 미국의 와인이 프랑스 최고급 와인의 아성을 처참히 무너뜨린 사건을 말한다. 당시 와인하면 프랑스를 세계 최고로 여기고 미국 와인은 전통이 없다고 쳐주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당연히 프랑스 와인이 이길 것이라고 여겼으나 결과는 놀랍게도 화이트와 레드 와인 모두 미국 와인이 석권했다. 와인을 평가했던 패널들이 프랑스 와인 업계의 주요 인사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결과는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맛을 잘 안다는 전문가들조차 그동안 레이블이 만들어내는 선입견에 지배당해왔던 것이다.

이처럼 편견과 선입견은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가치귀착’(value attribution)이라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치귀착이란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지각된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어떤 특성을 부여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말한다. 이처럼 가치귀착은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마다 개입해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바꿔놓곤 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일정한 가치를 귀착시키는 순간, 즉 선입견을 가지는 순간 그걸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아주 어려워지는 것이다. 비쌀수록 좋은 상품일 것이라는 가치귀착을 가지고 기업은 고가정책을 고수한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정책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 있나?

대표적인 예는 세금환급 방식이다.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 정부에서는 일련의 경제 부흥정책을 만들어 소비를 촉진시킨다. 대표적인 예가 비교적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세금감면이다. 세금감면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세율을 낮추는 것으로 사람들이 납입해야 하는 세금액수를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금환급 방식이다. 납세자들은 일단 기존 세율대로 세금을 납부하지만 세금 징수 기간이 끝나면 정부에서 새로운 세율에 근거해서 차액을 돌려준다. 두 가지 방식으로 거둔 최종 액수가 같다면 세율을 5% 내리는 것과 납부 금액을 5% 환급해 주는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그러나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세금환급 방식이 소비 촉진에 훨씬 효과적이다.

심리회계장부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위의 두 가지 상이한 감세방식에 다르게 대응한다. 첫 번째 방식으로 세금을 감면해 주면 절차상으로는 환급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세율을 인하해 실질적인 세금이 줄어들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채워 놓은 심리 회계장부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아깝기만 하다. 이 때문에 소비 촉진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세율로 세금을 내고 나면 내 손을 떠난 손은 더 이상 피땀 흘려 채워둔 심리 회계 장부와 관련이 없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정부에서 다시 세금을 환급해 주었을 때 그 돈을 이전 장부에 넣지 않는다. 일종의 부수입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쉽게 써버린다.

미국에서 적용한 프레임(Framing) 사례도 있다. 미국 정부가 국민들의 저축률이 낮아지자 내일을 위한 저축(Saver more tomorrow)라는 프레임을 걸고 저축률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급여가 오를 때 저축 비중도 함께 늘어나도록 ‘점진적 저축 프로그램’을 도입해 근로자의 저축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 정부의 행동경제학 원리를 활용한 결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근로자의 저축률은 3년 후 평균 10% 포인트 증가했다.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의 저축률은 제자리 수준이었다.

행동경제학이 어렵지 않게 국가의 정책을 반영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다보니, 주요 선진국에서 행동경제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린 전 총리는 ‘행동 인사이트팀(BIT)’을 조성해 이들의 연구과 의견을 국가 정책에 반영했다. 미국 또한 백악관 내에 ‘사회적행동과학팀(SBST)’을 조직해 행동경제학 전문가로부터 정책적 조언을 받는다. 덴마크의 ‘아이넛지유’, 노르웨이의 ‘그리넛지’ 같은 비영리기관도 활발한 정책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소비자들이 소비를 할 때도 행동경제의 심리가 작용한다.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성적 판단을 하는 인간도 순간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나 행동을 위해서는 자신의 세심한 부분(details)까지 생각하고 그 행동의 결과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일상적 소비 생활 속에서 상품의 가격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득, 신용, 정보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행동경제학에 ‘손실회피성향(status quo bias)’이라고 한다. 인간은 아무리 업그레이드 된 제품일지라도 현재에 머물 기를 선호하고 변화에 거부감을 갖는 성향이 강한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은 소위 ‘을’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갑’에게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을’의 입장에서도 ‘갑’의 입장으로 위치를 옮겨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당신이 ‘을’ 즉 약자임을 드러내면 안 된다. 상대방이 그 사실을 모른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약자이더라도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된다. 펜실베니아대학교 리처드 셀 교수도 “을이라고 무조건 주눅 들지 말고, 갑이 어떻게 나오는지 잘 관찰해보고 전략을 구사하라”고 말했다. 큰 저수지의 댐도 한 마리의 벌레로 인해 붕괴될 수 있다. 큰 저수지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협상에 임하면 어떨까.

- 행동경제학의 성과는 주류 경제학을 일정 부분에서 보완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주류 경제학을 대체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나는 행동경제학이 주류 경제학의 일정 부분에 보완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라고 가정했다. 자신의 이익만을 합리적으로 추구한다면 남이 얼마나 큰 이득을 얻든 상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꾸준히 타인과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타인은 200의 이득을 얻었는데, 나 자신은 2의 이득밖에 얻지 못하는 정책을 달가워할리 없다. 결국 전통경제학의 프레임에 갇힌 사람은 이와 같은 진실을 보지 못한다.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틀을 짜야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인간의 본성에 어떤 결과가 있다면 그 결을 따라 움직이도록 부드럽게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는 말이다. 그 결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을 짜면 비용만 많이 들 뿐 기대하는 성과는 나오기 힘들다. 올해 서울시가 ‘서울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면서 출·퇴근시간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면서 총 150억원(3회) 예산을 지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동경제학은 엄밀한 논리 전개나 모델 만들기가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주류 경제학은 수리 모델화가 쉽고 정확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주류 경제학이 우수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것보다는 어느 정도 올바른 쪽이 도움이 된다. 멈춰 있는 시계는 하루에 2번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지만, 1분 빨리 가고 있는 시계는 한 번도 정확한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하다.

-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본 암호화폐 열풍은?

암호화폐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연령층의 대부분은 2030 젊은 세대다. 이들이 왜 암호화폐를 활용해 부의 수단으로 활용할까? 지금 대한민국은 흙수저가 금수저로 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쓸모를 추구하도록 설계된 길을 걸어왔는데, 노력이 쓸모없는 것인가 의심하게 된다면 공정하게 경쟁해야한다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를 경쟁하는 하나의 게임으로 치면 공정하게 경쟁해 보상을 차등적으로 배분받는 것이 규칙이다. 경제학 서적들은 자본주의를 우월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이 경쟁이라고 강조한다. 수저계급론은 그런 경쟁을 가능케 하는 규칙에 대한 믿음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경쟁을 보이콧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일부 사람들의 수저가 내팽개쳐진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오늘날 암호화폐의 열풍은 무기력한 현실을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의 발버둥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의 광풍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암호화폐는 거의 유일한 계층 상승 기회다.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을 점진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전통경제학자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삶이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현상유지도 안 되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암호화폐에 인생을 편승해보고 싶은 거다. “젊은 세대가 노동의 가치를 버리고 한탕주의에 빠졌다”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기성세대가 무책임한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되겠다고 몸부림치는 젊은 세대의 지금의 가상화폐 돌풍이 우리 사회의 기회균등성, 양극화, 세대간 갈등이 어떠한지를 잘 투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수찬 기자  capksc3@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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