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시 국내 증시자금 265조원 빠진다?

법인세 이어 금리 역전될 경우 경제적 타격 심각 백승주 기자l승인2018.02.07l수정2018.02.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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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백승주 기자]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 유입된 미국 자금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올해 3∼4차례 금리인상에 나서 한국과 금리역전이 현실화될 경우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에 이어 법인세 역전 현상도 국내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의해 법인세 인하를 단행했지만, 한국은 오히려 법인세를 올렸다. 정부의 법인세 인상으로 인해 국내외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기업의 해외 탈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계부채에 발목잡힌 韓···10년 만에 미국과 금리 역전?

미국의 한국 주식보유 규모는 국내 증시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 자금의 40%가 넘는다. 미국은 소위 '제로금리' 정책을 단행한 이후 9년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한국에서 매년 주식을 사들였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인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금액은 265조1천18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이는 외국인 전체 보유액(635조9천300억원)의 41.7%에 달하는 것이다.

미국 다음으로 보유액이 많은 영국(48조3천230억원)의 5.5배에 달할 정도로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일본은 보유액이 15조2천780억원이고 중국은 11조6천6천10억원 수준이다. 중동 자금 중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11조9천30억원, 아랍에미리트(UAE)는 9조3천800억원이다.

미국이 제로금리 정책을 시작한 2008년 말(64조5천80억원) 이후 미국의 한국 주식 보유액은 4.1배로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연 0.00∼0.25%의 제로 수준으로 내렸다.이후 시장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제공됐고 미국 자금은 전 세계 신흥국과 선진국에 유입됐다.

특히 한국에는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 미국은 제로금리 단행 이듬해 한국 증시에서 7조3천980억원의 순매수를 보인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13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 랠리도 뒷받침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을 약간 웃돈 것을 고려하면 미국 자금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제로금리 단행 이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한국 주식을 9년 연속 순매수했고 그 규모는 65조8천38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금리 인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미 간 금리역전과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미국이 3월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뒤 3차례, 혹은 4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반면 한국은 가계부채 등으로 1∼2차례 금리인상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현재 연 1.25∼1.50%인 미국의 정책금리와 연 1.50%의 한국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역전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돈줄 죄기에 한층 더 속도를 내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이는 외국인의 자금유출 우려를 높여 지난 9년간 한국 증시에 지속해서 유입된 자금 중 일부가 빠져나갈 수 있고 이는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자금 흐름 결정 요인이 금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초여건(펀더멘털)이 탄탄하고 기업 실적이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올해도 매력적일 것이란 시장의 분석은 외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법,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인세 美 21% VS 韓 25%로 역전, 기업 ‘엑소더스’ 현상 오나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기업의 해외 탈출 현상도 우려된다. 국내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 자연스레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율은 이미 역전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통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했다. 반면 미국은 31년 만에 감세 조치를 단행,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한국은 법인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OECD 평균 미국, 영국, 독일보다 훨씬 높다.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인 때에도 법인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의 4.1%보다 훨씬 낮은 2.4%였다.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의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인세를 더 많이 낸다는 뜻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인하된 올해부터는 한·미간 기업의 법인세 부담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지 예측 불허다.

지난달 17일 ‘한미 법인세율 역전과 기업 해외 탈출 러시,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국회 토론회에서는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과 일본도 법인세를 인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각 국의 감세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겨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기업들이 노동 비용 상승과 규제 장벽 때문에 생산 기지를 줄줄이 해외로 옮기고 있는 마당에 법인세율까지 올리면 공장과 자본이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한국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나라다. 기업하기 나쁜 나라로,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법인세 인상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법인세를 인상하면 즉각적으로 자본의 해외 유출이 일어난다”며 “법인세 인상과 자본 및 기업 탈출의 관계는 여전히 논란 거리다. 법인세를 내리거나 올린다고 기업들이 즉각적이거나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과 기업은 세금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 소득을 확대하고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동일한 목표를 두고 한국과 미국은 정반대의 정책을 선택했다"며 "미국의 법인세 인하는 투자 유인을 높여 민간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 의지로 해석된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가계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인세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주장했다.

백승주 기자  baekju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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