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보험사

'문재인케어' 따른 보험료 인하 압박 우려···결국 실손보험료 동결 백승주 기자l승인2018.02.08l수정2018.02.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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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넷타임스=백승주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정부의 보험료 인하 압박에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돈을 벌어도 티를 못 내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문재인 케어’가 실시되면 손보사들이 지출하는 실손보험금이 줄어들어 보험료 인하여력이 생긴다며 압박을 해 오고 있다. 이에 대형사를 비롯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 동결을 마지못해 결정하면서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보험사 당기순이익 전년대비 33%↑···영업 손실 축소·투자손익 개선 영향

국내 보험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3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영업 손실 축소와 투자손익 개선 등이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잠정)은 총 7조 8천3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 9천424억원(33.0%)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생명보험회사가 3조 9천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 5천336억원(63.4%) 늘었다.주가, 금리 상승 등에 따라 준비금 적립부담 감소로 보험영업 손실이 축소된 반면 배당 및 이자수익 등 투자수익은 증가한 탓이다. 손해보험회사들의 당기순익은 3조 8,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88억원(11.8%)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3.0%→80.9% 등으로 개선된데다 보험영업 손실 축소, 금리상승 등에 따라 투자수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당기순이익 증가에 힘입어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73% 및 7.61%로 전년 대비 0.14%p, 1.46%p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손해보험회사의 수익성은 ROA 1.47%, ROE 11.46%로 생명보험회사의 ROA 0.49%, ROE 5.73%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보험사들의 재무상태 또한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은 1천109조 9천602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75조 8천58억원(7.3%) 증가했으며 자기자본은 107조 5천234억원으로 당기순이익 증가 등에 따라 전년말 대비 9조 3천13억원(9.5%) 이나 늘었다. 다만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손보사가 성장한 반면 생보사는 역성장한 탓에 전년 대비 4조 396억원(2.1%) 감소한 191조 2천474억원에 그쳤다. 생보사의 수입보험료는 113조 9천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 8천709억원(4.9%) 감소했는데 보장성보험의 성장세가 7.1%→3.1%로 둔화됐고, 저축성보험(-12.3%) 및 퇴직연금(-4.5%)은 역성장한 탓으로 분석됐다.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한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실적을 살펴보면 사상 최대다. 삼성화재는 9천60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 3분기 ‘1조 클럽’에 가입했었지만 미국 지점의 보험부채를 재보험사에 넘기면서 회계상 순이익이 감소했다. DB손해보험도 지난해 6천9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3천8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대 순이익을 갈아치웠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1천43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실적 개선의 요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을 꼽는다. 금융당국에서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막는 차원에서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를 개선했던 점이 손해율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 사진=뉴시스

최대 실적 이슈 부담스러워···‘문재인 케어’ 실행 시 보험료 인하 압박 예상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밝게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에서 실손보험료 인하를 추진하는 만큼 최대 실적 달성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존 의료 비급여 항목들을 단계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으로 바꾸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본격 가동한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 비급여 항목 의료비를 보장해 온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는 대폭 줄어든다. 보험사들의 지출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정부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반사이익을 챙긴다고 보고 보험료를 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실손보험 참조 순보험료율을 10% 안팎 인상해야 한다는 보험개발원의 방안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하기 까지 했다. 결국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7일 대형사를 비롯한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 동결을 마지못해 결정했다. 실손보험에 대한 개선책 없이 손해율 악화요소만 늘어나고 있어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가입자에게 지급한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아질 수록 보험사에게 이득인 셈이다. 이날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은 실손보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시했다.

매년 10~20% 실손보험료를 인상해 온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앞서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실손보험료를 각각 23.0%, 16.2% 인상한 바 있다.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인상률은 보통 3년간의 손해율 통계를 집계해 다음해 1월 보험료를 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18년 1월 실손보험료 조정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업계는 아직 지난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정확히 집계되진 않았지만 그간 손해율 수준과 추이를 봤을 때 전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개선되진 않았지만 문재인케어 등 정부의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험료 동결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개선할 수 있는 그 어떤 개선책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도 않은 문재인케어로 인해 실손보험료를 인하하라니 난감하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보험사들의 과당 경쟁 체제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자본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여전히 부담이다. 내부유보 확대, 장기 수익성 제고 등과 같은 재무건전성 확보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백승주 기자  baekju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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