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내 집’ 확인 후 살 수 있을까

주택 후분양제 도입 탄력···목돈 마련, 대형 건설사 독과점 우려도 김수찬 기자l승인2018.02.08l수정2018.02.12 10:1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김수찬 기자] 정부가 후분양제 입법을 추진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후분양제 도입을 사실상 결정하면서 후분양제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 수준(약 80%) 이상 지은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올 상반기 중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후분양제 로드맵을 내놓을 방침이다. 공공 부문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민간 사업자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후분양을 유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주택시장 교란 주범으로 지목된 선분양제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집을 거의 다 지은 뒤 분양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외관이나 마감재 등을 직접 확인하고 살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선분양제는 주택을 짓기 전에 미리 입주자를 모집해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준공에 착수한다.

현재 국내 주택분양시장은 선분양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1977년 치솟는 분양가를 잡기 위해 ‘분양가 규제’의 반대급부로 도입됐다. 건설사는 청약금 및 계약금 20%, 건축기간 중 60% 등 전체 분양대금의 80% 내외를 무이자로 조달하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자금력이 부족하더라도 은행 대출 및 계약금, 중도금 등으로 건축이 가능한 것이다. 계약자는 주택자금을 2~3년 동안 분할 납입이 가능하고, 건축 기간 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실현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역시 건설사에 대한 금융지원 부담을 덜면서, 주택공급이라는 정책 목표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선분양제는 공급자 중심의 제도로 많은 불합리성을 지니고 있다. 입주 예정자는 모델하우스만 확인하고 계약을 하게 돼 품질검증을 하지 못한 채 중도금까지 지불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입주시점에 당초 계획과 다른 설계와 마감재 사용, 또는 부실공사가 확인되더라도 잔금을 치루고 입주할 수밖에 없다.

또 분양권 전매시장을 형성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분양권 가격에 거품이 끼고, 이는 결국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주택소비가 실제 품질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도 선분양제가 빚은 부작용이다.

▲ 지난해 4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집담회가 개최됐다. 사진=경실련

후분양제 도입, 대형 건설사의 독과점 우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후분양제는 장단점이 확연히 갈린다. 후분양을 하면 분양받는 시점과 입주 시점이 짧기 때문에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후분양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가 착공에 나서지 않으면서 아파트 공급이 줄고 결국 집값이나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분양제로 분양가가 오를 수도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사가 그간 소비자로부터 조달해왔던 자금을 금융권에서 빌리는 등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이 분양가에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부담스러운 눈치다. 후분양제를 하면 자금력이 약하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 건설업체는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가 시장을 과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아파트를 다 지었는데 분양이 되지 않을 경우 부도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사 위주로 주택시장이 재편되면서 건설사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며 “후분양제를 강제하기보다 건설사에 저리 대출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40년째 시장 관행으로 자리 잡은 선분양제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후분양제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도 도입이 추진됐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되고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 문턱을 넘을지도 의문이다.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려면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주택법은 선·후분양에 대한 규정이나 규제 없이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분양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당을 탈당한 정동영·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자유한국당은 반대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미온적이라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김수찬 기자  capksc3@biznettimes.co.kr
<저작권자 © 비즈넷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수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9, 1107호 비즈넷타임스  |  전화 : (02)3472-1507  |  팩스 : (02)3472-1509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3482  |  발행인 편집인 : 백승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수찬
비즈넷타임스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8 비즈넷타임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