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성동조선, ‘수주 잔량’이 운명 갈랐다

정부, STX 살리고 성동 회생불가 발표···“구조조정 지원 3가지 원칙 지킬 것” 김수찬 기자l승인2018.03.08l수정2018.03.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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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김수찬 기자] 8년간 4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성동조선해양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또 다른 부실 중형 조선사 STX조선해양은 인력·비용 감축을 통해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주잔량의 차이(성동조선 5척, STX조선 16척)가 두 조선사의 운명을 갈랐다는 의미다. 정부는 8일 오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중형 조선사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성동조선해양은 법원에 의한 회생절차인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자력 생존 가능한 수준의 고강도 자구노력과 사업재편에 대해 한 달 내에 노사협약이 없는 경우, 원칙대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내달 9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강력한 자구노력이 없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번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3가지 원칙을 결정하고 발표했다. 부실예방과 사전경쟁력 강화, 시장 중심, 산업과 측면과 금융 논리를 균형있게 고려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첫 사례로 성동과 STX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두 달간 전문컨설팅 회사를 통해 여러가지를 분석했다. 첫째 공급 능력 등 산업생태적 측면, 둘째로 회사의 부문별 경쟁력, 셋째로 산업경쟁력 등 밀도있는 분석을 했다"며 "사측과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조조정에 따른 지원대책도 논의할 계획이다"며 "채권단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남과 통영 지역에 대해 지원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 군산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조조정 피해지역 지원은 세 가지 원칙 하에서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첫째 근로자 등 직접 대상자를 중심으로 지원하겠다. 둘째로 보완산업을 제시하겠다. 셋째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다"고 했다. 이어 "우선 1단계로 긴급 유동성 지원, 업체 부담 완화, 직접 당사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 등 긴급한 측면을 우선 지원하겠다"면서 "1단계 대책 후에 지역의견을 수렴해 2단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보완대체 산업 육성과 재취업 전직 강화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2단계도 빠른 시일 내 구체화해 발표하겠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김 부총리는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고통 분담을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지만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구조조정이 궁극적으로는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하되 어려움을 겪을 지역과 국민을 보듬기 위한 회생지원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EY한영회계법인의 1차 실사에서 청산가치(7000억원)가 존속가치(2000억원)의 3배로 나왔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건 채권단 입장에서는 기업을 청산하는 게 회수율 면에서 더 낫다는 뜻이다. 정부는 결정을 미뤘다. 지난해 11월 ‘금융 논리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을 함께 고려한다’는 새로운 구조조정 원칙을 밝히면서 외부 컨설팅을 다시 발주했다. 구조조정 주무부처도 금융위원회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로 바꿨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나온 삼정KPMG 컨설팅 결과에서도 성동조선은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정부와 채권단은 성동조선에 더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전제로 하는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이 아닌, 법정관리 행을 택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로선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구조조정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 물 붓기’라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 주도로 실사를 진행한 뒤 채무 재조정 등 회생계획안을 마련한다. 만약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청산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성동조선 채권단(수출입은행·우리은행·농협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물린 돈(출자전환+채권)은 2016년 말 잔액 기준 3조8000억원이다. 이 중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3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법원이 청산 결정을 내리면 이 돈은 거의 다 떼인다. 회생 결정이 나더라도 대규모 채무 탕감을 해 줘야 한다.

이로써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시작된 성동조선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8년간 성동조선은 여러 차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그때마다 수출입은행은 총대를 메고 신규 자금을 넣거나 출자전환을 해 줬다. 시중은행이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며 일찌감치 빠져나간 자리를 수출입은행이 메웠다. 수출입은행의 자본건전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닥치자 정부가 수은에 현물출자를 해서 자본을 보충해 줬다.

성동조선과 달리 STX조선은 인력 감축과 선종 특화 등을 통해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STX조선은 현재 수주잔량이 16척으로, 내년 3~4분기까지는 일감이 남아 있다. 보유자산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규 수주에 성공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 새로운 구조조정 추진방향과 조선업 현황 및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김 부총리는 "현안이 되는 일부 조선사에 대해서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산업과 금융 측면을 고려해 빠른 시간 내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빠른 시일 내에 중견조선사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석달여 만에 재개되는 이번 회의에서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처리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총리는 앞선 회의에서 "재무측면과 산업 측면을 균형있게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눈앞의 금융논리만 좇기보다는 관련 지역 경제와 고용, 산업경쟁력 등을 함게 감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퇴출가능성까지 제기됐던 STX조석과 성동조선 등 중견조선사들 입장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 모양새였다.

▲ 사진=뉴시스

두 회사의 운명이 갈린 다른 이유는 막대한 채무비용과 현금창출능력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은 올해 갚아야 할 이자비용만 5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이면 상환해야 할 차입금 등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15년 수출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는데 이 규모는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금창출력은 이 같은 채무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성동조선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5044억원, -1754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선박 수주나 인도를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더 많아 통장에서 돈이 이만큼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일감이 거의 없던 지난해 상황도 앞선 2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STX조선은 4년 뒤 1조1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회생절차에 따라 해당 규모의 차입금 만기를 2022년까지 연장해 둔 상태다. 이와 별도로 2019년까지 갚아야 할 금융비용은 213억 수준이다. 차입금 부담이 성동조선보다는 덜한 셈이다.

현금창출력도 개선 추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TX조선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70억원.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2013~2016년과 비교하면 완벽한 반전이다. STX조선은 자산매각, 특수선 사업부 정리 등 구조조정을 통해 약 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500억원 안팎을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생 기회를 얻은 STX조선도 신규수주 전망이 가시밭길인 것은 마찬가지다. 추후 수주에 따른 대규모 현금유입 증가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STX조선의 주력은 중형유조선인데 현재 5만1000DWT급 중형유조선 기준 신조선가는 3350만 달러에 형성돼 있다. 이는 조선 호황 시기 4500만달러보다 25.5% 낮은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쉽지 않은 중형조선사에 이 같은 가격에서 수주를 해도 남는 돈은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김수찬 기자  capksc3@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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