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이 여의도를 배회하고 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태, 사실상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공매도 금지 청원 17만명 넘어 최효진 기자l승인2018.04.09l수정2018.04.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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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최효진 기자] 배당금 대신 112조원규모의 주식을 배당한 사상 초유의 ‘유령주식 배당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의 착오로 배당된 300억원대의 주식을 시장가로 내다 팔아 주가폭락 방아쇠를 당긴 이 회사 직원은 투자자들의 가이드가 돼야 할 애널리스트였다. 이른바 ‘유령주’를 팔아치운 직원 16명에는 영업부서의 팀장급 간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삼성증권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피해를 즉각 구제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이들은 “가상통화 거래보다도 신뢰가 떨어지는 주식 시장을 어떻게 믿느냐”며 주식매매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증권 112조 ‘유령주사태’···일부 직원 350억 원어치 주식 매도

8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6일 담당 직원의 실수로 배당한 주식을 받은 삼성증권 직원 16명 중 일부는 100만 주 이상을 처분해 수백억 원대 현금을 거머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장중 최저가(3만5150원) 기준으로도 약 350억 원이 넘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증권 직원 16명 중에는 영업부서의 팀장급 간부와 애널리스트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사주 배당을 담당하던 직원은 실수로 주당 배당금 ‘1000원’ 대신 ‘1000주’를 입력했다. 배당된 주식은 총 28억 주 이상으로 전날 종가 기준으로 약 112조 원어치에 이른다. 배당을 받은 직원 중 16명이 501만2000주가량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삼성증권 주가가 장중 11% 넘게 급락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금융당국은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특별 점검하기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주식을 배당했는지, 일부 물량이 장내에서 매매 체결까지 이뤄질 수 있었는지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대량매도 계좌에 대해서는 주식선물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직원들은 선물계좌를 보유할 수 없어 선물 투자로 차익을 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삼성증권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은 부당 이득을 모두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 회사 지시에 따라 매도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올라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이는 본인 부담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6명의 직원을 9일자로 대기발령했다”며 “해당 직원들에 대해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형사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이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투자자 피해를 최대한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주가 급락에 놀라 주식을 매도하는 등 손실을 본 투자자의 피해를 적극 보상할 것을 삼성증권에 권고했다. 삼성증권도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거치지 않고 피해를 보상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9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벌어지지 않아야 할 일이 생겼고 여러 문제가 이번에 노출된 것 같다"며 증권사 내부 시스템, 증권사 직원들의 비도덕적 행위 등 세 가치 측면에서 당국이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사실상 일어난 것에 대해 "이번 사건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같은 사례가 또 있는지, 제도적으로 어떤 것이 문제인지 분석해 분명하고 확실히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 사례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증권사 내부시스템 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 사진=뉴시스

삼성증권 사태, ‘전산오류’지만 사실상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삼성증권 사태의 경우 ‘공매도’는 아니고 전산오류지만, 성격만 보면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주식 공매도는 ‘차입공매도’와 ‘무차입공매도’로 구분되는데, '차입공매도'는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기관으로부터 빌린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고, '무차입공매도'는 전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관투자자의 차입공매도는 1996년 9월에 도입되었고, 외국인투자자의 차입공매도는 1998년 7월부터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무차입공매도는 2000년 4월에 공매도한 주식이 결제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지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을 담당하는 팀에 전산입력과 관련한 전권을 줬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보통은 인사·총무팀에서 우리사주 조합업무를 처리하고, 이를 재무·회계팀에서 승인한 후에 주식이나 자금이 집행된다. 반면 삼성증권은 총무팀 한 곳에서 기안과 실무, 결재, 집행까지 한번에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주식배당은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치며 오류가 잡히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가동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주식배당은 '상장사 주식배당 요청→예탁원 명의개서→배당주 지급→고객계좌로 전산입고'의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성증권이 예탁원을 거치치 않고 직접 직원들의 계좌에 전산을 입력했다. 담당 직원의 클릭 한 번으로 상황이 마무리됐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고, 차입 공매도도 결제업무팀과 매매팀의 크로스 체크를 거친다”며 “삼성증권에서도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공매도가 이뤄지면 주식을 빌려주는 투자계정과 빌려가는 위탁계정에 동시 카운팅이 되고, 차입사실이 확인된 이후에야 주문 창이 열린다”며 “이번에 삼성증권 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 사진=뉴시스

“공매도 폐지” 청와대 청원 17만 명 돌파···개인투자자 피해 극심

공매도란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증권사로부터 빌려서 파는 것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행위다. 내가 보유하지 않은 특정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이 되면, 그 주식을 가상으로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수를 함으로써 주식을 채워넣는 것을 의미한다. 공매도를 하면 언젠가는 다시 매수를 해서 보유량을 원점인 0으로 돌려야하는데, 이 때 주식 가격이 떨어진 상태면 공매도를 통해 매매차익을 올릴 수 있는 원리다. 만약 공매도를 하고, 재매수를 하는 시점의 가격이 더 올라갔다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외국인과 기관만이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무분별한 기관의 공매도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이다. 물론, 공매도를 하는 기관도 주가상승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매도를 하냐 안하냐 선택의 문제이지 개인이 공매도를 못하는 것과는 다른 경우다. 공매도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코스닥 공매도 금지 법안 등 공매도 관련법들을 발의하였지만 국회통과는 되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시장에 불확실성이 클 경우에 대량의 주식 공매도가 발생하면 투자자의 과민반응을 유발해 증권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식 공매도는 증권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에서 규제하고 있다. 특히, 무차입공매도는 공매도 수량에 제한이 없어 증권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형태의 거래가 이뤄진 것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개미들의 피해를 키우는 공매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은 9일 오전 9시 현재 17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과거 드러나지 않은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면서도 “공매도는 기업의 악재를 신속하게 주가에 반영해주는 순작용이 크기 때문에 폐지는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효진 기자  news@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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