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임대주택, 왜 혐오시설로 전락했나

기피시설로 부정적 인식 주민반대 꾸준히 이어져···도시의 계급 고착화 현상 이재영 기자l승인2018.04.10l수정2018.04.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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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이재영 기자]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 임대주택 사업이 이를 기피하는 지역주민들의 이른바 ‘님비’(NIMBY:쓰레기처리장, 화장시설 등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들어서는 것에는 반대하는 사회현상)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임대소득으로 생활하는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주거지역 인근에 들어서는 ‘청년임대주택’까지 반대하며 세대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값싼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지역 발전을 막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청년 주거시설은 기존 주택의 시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으며 가격을 떨어뜨린 사례는 더욱 찾기 힘들다. 지역 주민들에게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정부의 공적 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 목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료·집값 떨어진다”…기피시설된 임대주택

10일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공공 임대주택 대상지마다 사업추진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집단행동이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990가구 규모의 천호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사업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성내동 청년임대주택 반대 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선 상황이다.

청년임대주택은 도심 역세권에 주변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청년(19~39세) 주거난을 해소하려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서울 성내동과 영등포구 당산동, 마포구 합정동 등 도심에 2022년까지 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성내동 주민들이 이 같은 사업에 반기를 든 원인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임대수입 감소다.

값싼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낙후지역으로 인식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청년들이 저렴한 임대주택에 몰려 임대업을 하는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년임대주택을 '5평형 빈민아파트'라고 지칭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주민들의 속사정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가격 폭락과 빈민지역 슬럼화 등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주민공람 공고까지 마친 서울시로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임대주택을 기피하는 일부지역에선 집값하락을 우려하는 지역 이기주의라는 여론을 회피하기 위해 조망권과 환경훼손 등의 이유를 들기도 한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 이 같은 주민반대에 대응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민 공청회 등 일정한 절차가 있지만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주민들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시간이 걸려도 설득하는 방법이 우선"이라고만 했다. 과거 행복주택 등의 추진상황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년 공공임대 공급 목표치를 설정해놓고 추진하기 때문에 주민반대가 강하면 관련 예산이나 추진정책 등이 줄줄이 연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사진=뉴시스

임대주택=주변 집값 하락, 근거없다

임대주택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지역 슬럼화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청년 주거시설은 기존 주택의 시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가격을 떨어뜨린 사례는 더욱 찾기 힘들다. 지난해 2월 입주한 서대문구 가좌지구 대학생 특화 임대주택과 2014년 4월 강서구 공공기숙사가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건설 전 주민 반대가 심했던 곳이다.

9일 두 지역의 공인중개사사무소 7곳은 “집값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좌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100m² 크기의 아파트가 1년 전에 비해 1억 원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또 근처의 78.4m²짜리 아파트는 2017년 1월 한 채에 4억4500만 원에 거래됐으나 대학생 임대주택 입주가 끝난 2018년 1월 5억 원에 팔렸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 것을 감안해도 대학생 임대주택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하긴 힘들어 보였다.

강서구 공공기숙사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 중에 근처에 공공기숙사가 있는 걸 걱정하는 사람은 못 봤다.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기숙사 근처의 84.8m² 크기 아파트 한 채의 실거래가는 2014년 공공기숙사 입주 후 지금까지 2억 원가량 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연구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공급 이후 주변의 주택가격이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31일 SH공사 도시연구원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연구원이 2006년 이후 서울에 공급된 재개발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시프트) 주택 주변 아파트의 실거래가(2015년7월~2016년6월)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를 보면 재개발임대, 국민임대, 시프트, 국민임대 ·시프트 혼합단지의 반경 500m 안에 있는 주택가격이 임대주택 건설 이후 평균 7.3%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임대가구 수가 늘어날수록 주택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가구가 100가구 증가할 때마다 0.7%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평균적으로 재개발 임대는 245가구 이상, 국민임대는 789가구 이상 입주할 경우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이 크게 나왔다. 중산층 수요자를 위한 임대주택인 시프트는 예외적으로 가구 수가 많아도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희선 초빙책임연구원은 "2006년 이후 국민임대, 시프트 등의 임대주택이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에 공급되는 등 개발규제 해제에 따른 기대감과 맞물려 주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서울의 경우 소규모 임대주택 공급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라 향후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주변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LH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말 입주 한 삼전 ·내곡 ·천왕 ·강일 등 행복주택 4개 단지와 250m 이내 거리에 있는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행복주택 사업승인 이후 외부 지역의 아파트에 비해 6.5% 상승했다. 500m 이내로 범위를 넓힐 경우 4.3%로 상승폭이 줄었다. 가격 상승효과는 행복주택 사업승인 이후부터 입주 직전까지 일시적인 것으로 입주 후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이처럼 두 기관의 연구 결과를 보면 공공임대가 공급된다고 주변의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던 주민의 반대 논리를 뒤집는 것이다.

▲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창전1재건축 조합원 중 한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랜드 신촌사옥에 들어서는 청년주택은 난개발이며 일조권을 침해한다며 공급계획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0만 임대주택 어쩌나…외곽 맴도는 주거복지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지자체의 입장은 난처하기만 하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자치단체장의 생사여탈권을 쥔 유권자라 이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2년 만에 통과됐던 한양대 기숙사 신축건도 환경영향평가 등 해당 지자체의 규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일각에선 공실과 임대료 하락을 우려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대여론을 의식한 지자체가 허가를 손쉽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우선 집단행동을 통해 집값 하락분을 보상받거나 실익을 얻는 전략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임대주택을 님비시설로 인식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이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이 없을 경우 공적 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 추진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로드맵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65만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가구, 공공분양 15만가구 등 5년 간 100만가구 공급을 약속한 바 있다. 이중 노후공공건물을 활용한 도심지의 청년, 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이 지역민의 반대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지역민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 대상지가 도심 외곽에 배치되는 상황도 우려할 부분이다.

이재영 기자  news@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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