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업률’, 일자리 정부 타이틀이 무색하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 받는 도소매·음식·숙박업 대폭 감소해명에 급급한 정부 최효진 기자l승인2018.04.13l수정2018.04.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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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넷타임스=최효진 기자]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취업자 수는 두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3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일자리 정부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수치를 보여준 것이다. 정부가 추진한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구직자가 늘면서 실업률은 오히려 급상승하는 지표상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에 대한 근거로 도소매업과 음식 및 숙박업의 취업자 수 감소를 꼽았다. 통계청과 노동부는 취업자 수 감소가 최저임금의 영향만으로는 볼 수 없다며 해명에 급급한 모습이다.

최저임금 영향 업종 취업자수 대폭 감소···정부 해명 “전월 감소폭보다는 훨씬 줄었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5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명(10.6%) 증가했다. 3월 실업자 수는 통계 작성 방식이 변경한 1999년 6월 이후 3월 기준으로는 최대 수준이다. 3월 취업자 수의 경우 2655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2000명(0.4%)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두 달 연속 10만 명대를 기록한 것으로 지난 2016년 4~5월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결과가 최저임금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이 조사 내용 중 지난달 도소매업과 음식 및 숙박업의 취업자 수를 근거로 든다. 이 수치는 372만3000명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3월보다 각각 9만6000명과 2만명 감소했다. 이들 업종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라는 것이다. 도소매업과 음식 및 숙박업에는 아파트 경비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등이 들어간다.

이들 3개 업종의 올해 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4만5000명이나 감소했다는 점도 최저임금이 고용 지표 악화 원인이라는 근거 중 하나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이후와 시점이 맞물린다는 것이다. 이같은 근거들이 10만 명대의 낮은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과 높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 측은 이 같은 고용 지표들이 최저임금과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12일 도소매업과 음식 및 숙박업의 취업자 수 감소에 대해 "정확하게 최저임금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산업별로 도소매랑 숙박업에서 감소한 건 맞는데, 음식과 숙박업 감소폭은 오히려 지난달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취업자 수 감소 영역을 봐도 최저임금과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감소하는 영역을 보면 고용원(고용돼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는 자영업자들은 증가하고, 고용원이 없는, 혼자 일하거나 가족들이랑 일하는 자영업자들은 빠졌다"면서 "그런 분들(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하고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 않나 싶어서 지표상으로는 최저임금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0만3000명 감소했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6만3000명 증가했다. 최저임금이 고용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면 아르바이트 등을 쓰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수가 줄어야 정상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이사장은 "아무도 고용 안 하고 있는 사람이 줄었다는 건 내수나 전반적인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이라며 "(악화된 고용 지표는) 최저임금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업자 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에 대해서는 "장기추세를 보면 2013년부터 취업자 증가세가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뉴시스

정부 “실업률 구직활동 하는 사람만 포함해 변동 가능한 수치”

지난달 고용동향과 취업자 수 증가가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고용률과 실업률이 함께 상승한 것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청와대가 12일 이를 적극 해명했다. 앞서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11시50분입니다'에 출연했던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의 설명을 일문일답 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비서관은 일단 "고용률은 생산활동이 가능한 인구 전체를 모수, 즉 분모로 하는 만큼 단순하고 안정적인 지표이지만 실업률은 인구 중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만을 포함하므로 변동이 가능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즉, 구직활동 여부에 따라 실업자로 포함됐다가 다음 달에는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같이 상승한 것과 관련해서는 "보통 고용률이 올라가면 실업률이 떨어져야 정상"이라며 "이번에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반 상승한 이유는 그만큼 직업을 구하려는 청년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청년일자리 추경안을 서둘러 국회에 제출했다고도 부연했다. 3월 취업자가 같은달과 비교해 11만 2000명 증가해 저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을 왕성하게 하는 15~64세 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구고령화와 인구구조적 원인으로 취업자수의 증가폭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어 "실업문제를 정확히 보려면 취업자 수 자체보다는 인구 중 취업자의 비중인 '고용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객관적"이라며 "지난 3월의 15~64세 인구 고용률은 작년 3월과 동일한 66.1%로 사상 최고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비서관은 "수출이 17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고,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들의 당기 순이익도 40% 증가하는 등 경제 전반의 추세는 밝은 편"이라며 "기업활동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업을 돕고 재직자와 구직자를 지원하는 일자리 중심의 정책 성과가 곧 결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보며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는 일자리 시장···“고용률 보고 정책 내놔야”

고용지표를 분석해보면 정부의 정책이 실업률 상승과 취업자 수 감소를 불러오는 역설적인 상황도 발생했다. 실업률의 경우 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공무원 증원에 나서자 젊은 청년들이 대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면서 청년실업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업률은 구직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학원 수강 등 취업준비기에 있는 사람은 제외되지만 응시 원서를 제출하면 통계에 잡힌다.

취업준비생으로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해 있던 청년들이 3월 공무원시험에 응시(구직활동)하면서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돼 실업률이 상승한 것이다. 19만명으로 추산되는 청년인구 중 상당수가 취업 대신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면서 잠재적 실업자로 전락한 것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 아래 추진된 최저임금 인상도 서비스업 취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감소를 불러오며 취업자 수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방향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백웅기 상명대 총장은 “공공기업 채용공고가 나면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실업률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통계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실제 취업되는 것인데 실업률 지표만 볼게 아니라 청년에 대한 실제 고용률 지표를 예의주시하면서 정부가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자가 늘지 않고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것은)지금의 일자리 만드는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 원칙이기에 기업의 기를 살리고 투자 의욕 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효진 기자  news@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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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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