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돌 빼서 아랫돌 괴라’는 금융위, 은행 희망퇴직 독려

최종구 금융위원장 은행장 간담회서 메시지 “퇴직금 올려 희망퇴직 적극 유도” 이재영 기자l승인2018.05.10l수정2018.05.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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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이재영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희망퇴직을 독려하고 나섰다. 대신 신규 고용창출을 늘리란 취지다. 은행권은 그간 고질병으로 지목됐던 인력 구조조정 요구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측면을 따져보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눈치 안 줄테니 희망퇴직을 적극 (시행)하라"며 "이달 말 은행장 간담회 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희망퇴직을 권장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퇴직금 많이 줘야 받는 사람도 알아서 할 것"이라며 "눈치보며 지내는 것보다 퇴직금을 받아 새로운 사업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금융공기업도 퇴직금을 올려 희망퇴직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현재 금융공기업 퇴직금이 2~3억원 안팎인데 이 돈을 받을 바에는 그냥 조직에 남는다고 한다"며 "금융공기업은 특히 임금피크제에 빨리 들어가서 한창 일할 때 임금이 깎여서 조직에 있는데 서로 불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을 통해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게 목표다. 최종구 위원장은 "퇴직금을 많이 줘서 희망퇴직을 하면 10명 퇴직 때 7명의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최종구 위원장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고 그게 퇴직금"이라며 "일반은행에도 권장할 예정으로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민간 금융회사도 일자리 창출 기여도에 따라 경영공시 등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실적 평가에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포함되는데, 민간 금융사에도 고용 장려지표를 도입하는 것이다. 업권 특성을 감안해 신규 고용수, 명예퇴직의 신규고용 연계율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은행들 입장에선 반가운 대목이다. 비대면채널은 확대 추세인데도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심각한 탓이다. 인력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 등으로 비용절감을 이뤄내야 하는데, 그간 희망퇴직에 민감한 여론 탓에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매년 희망퇴직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는데, 당국이 '퇴직금을 얹어서라도 내보내라'며 독려하는 모양새가 돼 부담을 덜게 됐단 분위기다.

올해 지점장‧부지점장급을 대상으로 3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인 우리은행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은행은 연간 1차례 정도의 정기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연간 3차례나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에도 희망퇴직을 통해 1300여명의 인력을 내보냈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1차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상자는 1963년생으로 지난해말 희망퇴직 신청대상이었으나 본부장 승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60여명이다. 퇴직 시기는 5월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2차 희망퇴직과 3차 정기 희망퇴직의 접수 시기도 검토하고 있다. 2차 희망퇴직 대상자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100여명이다. 3차 희망퇴직 대상자는 1964년생으로 재직 중인 500여명이다. 노사간 협상에 따라 그보다 연령대가 낮은 직원들도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전체 영업점(출장소 제외)이 766개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점 1곳마다 1명가량의 관리자급 인원이 은행을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희망퇴직자 중 1962년 이하 출생자의 경우 특별퇴직금으로 30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받았고, 1963년생 이상 출생자는 36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받았다.

우리은행이 올해 3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모바일 및 인터넷 뱅킹 보편화로 오프라인 영업점의 이용 빈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근속연수가 많은 고임금 관리자급 직원들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면채널 축소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고임금 인력이 항아리 형태로 쏠려 있는 구조로 은행들이 속앓이 하던 것을 당국이 나서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며 "대규모 희망퇴직을 정례화시킬 수 있다면 경영 측면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여론 눈치를 보지 말고 퇴직금을 상향해 희망퇴직을 유도하라고 한 데 대해서도 "작년 은행이 돈을 많이 벌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 본다"고 했다.

다만 희망퇴직 자체가 민감한 사항이라 여전히 은행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노조에서도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등 노동 안정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은 분위기에서 퇴직 규모를 늘리는 건 여전히 조심스럽다"며 "결국 윗돌 빼 아랫돌괴는 식으로 비칠 수 있는데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된다"고 했다.

▲ 사진=뉴시스

시중은행 이자이익 10조원 육박, 신규 고용에 투자할까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지난 1분기 은행의 이자이익이 1년 전에 비해 9천억원 늘며 10조원에 육박했다. 은행의 이익이 늘면서 당국의 취지대로 신규고용이 이뤄질지도 관건이다.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 새로운 제도 시행이 예고된 상황인데 늘어나는 퇴직 규모를 신규 채용이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장 주 52시간 근무가 현실화되면 희망퇴직을 확대할 여건이 될지 의문"이라며 "또 희망퇴직자들은 한번에 나가지만 채용은 아무래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게 돼 부담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10일 발표한 '국내 은행의 2018년 1분기 중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5천억원) 보다 1천억원 줄었다. 이자이익이 9천억원 늘어나고 대손 비용도 6천억원 줄었지만, 비이자이익과 영업외손익이 각각 7천억원, 2천억원 감소했고 세금도 많이 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1분기 이자이익은 9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늘었다. 대출채권이 많아졌고 순이자마진도 1.66%로 0.07%포인트(p) 올라간 덕분이다.

대손 비용(8천억원)은 신규 부실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1분기보다 43% 감소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1조8천억원으로 28.4%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외환·파생 관련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올해는 환율 변동 폭이 적어 관련 이익이 6천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IFRS9) 시행 등으로 유가증권 매매 손익도 2천억원 줄었다.

영업 외 손익(4천억원)은 자회사 등 투자지분 관련 이익이 줄면서 31.8% 감소했다.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에서 25%로 올라가면서 법인세 비용(1조5천억원)은 45.1% 증가했다.

분기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74%였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9.58%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5%p, 0.61%p 하락했다.

지난해 영업실적 개선으로 자산과 자본이 늘었지만 1분기 당기순이익이 소폭 줄어든 영향이다. 일반은행의 ROA는 0.74%, ROE는 9.86%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4%p, 0.36%p 하락했다. 특수은행도 ROA(0.75%)와 ROE(9.11%)가 각각 0.08%p, 1.01%p 떨어졌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예전에는 영업점포에서 했던 일들이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어 인력 구조조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면서 “디지털 금융쪽이 발달하면서 은행들은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인력은 또 새로 고용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재영 기자  news@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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